잘나가던 이대·신촌이 어쩌다가…"中 관광객도 안 와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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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이대 상가 공실률 9.0%, 서울 평균치 웃돌아"예전이야 중국인 관광객, 학생 손님들로 학교 앞이 북적였죠. 지금은 장사가 안되니까 상가들도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이화여대 인근 자영업자 A씨)
손님 발길 줄었는데…인건비·전기세·임대료 부담 커져
"망원.연남 등 새로운 상권 등장"
"온라인 등 비대면 소비로 굳어진 영향도"
대학교에 대면 수업이 재개됐지만 학교 주변 상가는 예전의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인건비·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점포 운영비는 늘었는데 장사가 안되면서 빈 상가가 급증했다. 주요 고객층이었던 학생들의 활동 지역이 대학가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지난 24일 찾은 이화여자대학교 앞에는 임대 문의 안내가 붙은 상가들이 수두룩했다. 대면 수업이 시작된 지도 1년이 다 되어가지만,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카페, 화장품 가게, 옷 가게들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보다 조금 떨어진 신촌역 인근 상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다. 신촌역 인근 B 공인중개 관계자는 "코로나19 정점 당시보단 손님이 조금 늘었지만, 이전만큼 상권 회복이 안 되고 있다"며 "상가들이 사라지고 오피스텔이나 주거 용도로 많이 바뀌는 추세"라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지난달 중국인의 한국 단체 관광이 6년여만에 재개됐지만, 그마저도 홍대나 명동 등 백화점과 화장품 가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부동산 업계에서도 신촌·이대 상권은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곳으로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의 '2023년 2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신촌·이대 지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서울 평균(5.8%)과 홍대·합정 지역(7.8%)보다 높은 9.0%를 기록했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6.9%로 나타났다. 서울 평균(8.4%)보단 낮지만, 인근 홍대·합정 공실률(5.7%)보다는 높은 수치다. 또 집합상가 공실률은 16.1%로 서울 평균(8.3%)과 홍대·합정(12.3%)을 웃돌았다. 반면 임대료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이 지역 소규모·중대형·집합상가 임대료는 대부분 서울 평균과 비슷하거나 이보다 높았다.
특히 대학가 주변이 일부 유명 상권의 회복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주요 소비층이었던 학생들이 찾기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 상권은 2000년대 이전 서울을 대표하는 패션·미용의 중심지로 불렸지만, 인터넷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상권 자체가 위축됐다. 더군다나 성수동, 홍대, 가로수길 등 새로운 상권들이 생겨나면서 젊은 세대 수요를 흡수했다.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홍대·망원·연남 등 신상권이 커지면서 이대·신촌 등 기존 상권 흡입력이 약화됐다"며 "대학가 상권이 퇴보해가는 사이에 홍대 상권의 면적은 더 커지고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가 상권은 코로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이므로 임대료 조정이 없다면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의 소비 패턴이 변하면서 대학가 상권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 이후 젊은 층의 소비 패턴이 온라인 등 비대면 방식으로 고착화됐다"며 "2030 여성은 대학가 근처에서 벗어난 특별한 맛집, 카페 등이 즐비한 장소를 찾아가는 행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