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초월한 사랑의 감정, 오롯이 느낄 것"

인터뷰 - 몬테카를로 발레단
장 크리스토프 마요 예술감독

'현존 최고 안무가' 마요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 첫 내한 공연
10월 13~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제 작품 진짜 주인공은 여성들
그 무엇도 줄리엣 사랑 못 막아"
“저의 발레 작품들은 안무 예술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시대를 초월해 우리를 하나로 모으는 강력한 감정을 관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죠.”

현존 최고의 안무가로 꼽히는 장 크리스토프 마요(63·사진)는 자신의 발레 철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24일 서면 인터뷰에서 “제 작품에서 조명과 음향을 이용한 무대장치(시노그래피·scenography)가 매우 단순한 것도 시각보다는 감정을 중시하기 때문”이라며 “무용수들도 소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모던 발레의 거장’ 마요는 다음달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과 함께 약 4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다음달 13~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마요가 안무·연출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올린다. 대구 수성아트피아 대극장(10월 7~8일)과 강릉아트센터(10월 18일)에서도 공연한다.

마요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들고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3년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예술감독 겸 상임 안무가를 맡아 올해로 30년을 보낸 마요는 2005년과 2019년 내한 공연을 열었지만 그때는 ‘신데렐라’를 선보였다.프랑스 출신인 마요는 투르 국립 음악학교에서 발레를 배웠다. 1977년 17세의 나이로 세계적 발레 경연대회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 함부르크 발레단 감독에게 발탁됐다. 함부르크 발레단에서 5년 동안 솔리스트로 활약하다가 23세에 무대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안무가로 변신했다.

마요가 몬테카를로 발레단을 이끌도록 한 사람은 모나코 공주 카롤린 그리말디다. 그리말디 공주는 발레를 사랑한 모나코 왕비이자 ‘월드 무비 스타’ 그레이스 켈리의 유지를 받들어 1985년 발레단을 재창단했다.

“공주는 제게서 모나코의 정체성과 일치하는 안무가를 발견한 것 같아요. 모나코는 작은 나라지만 항상 전 세계로 눈을 돌리고 다양성을 바탕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잖아요. 저도 제 레퍼토리를 매주 같은 극장에서 공연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와 공유하는 것을 좋아합니다.”1996년 마요가 몬테카를로 발레단과 초연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전 세계에서 400회 이상 공연됐고 10여 개 세계적 발레단의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저의 신앙고백과도 같다”며 “이 발레에서 제 작품의 본질을 뒷받침하는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요는 줄리엣을 적극적이면서 도전적인 여성으로 그렸다. 줄리엣 엄마 캐플릿 부인도 남편 없이 가문을 이끌어가는 여장부로 등장한다. “줄리엣과 캐플릿 부인, 유모 등이 제 작품의 진짜 주인공들이에요. 특히 가장 중요한 줄리엣은 사랑에 대해 절대적이고 완전하며 급진적인 비전을 갖고 있죠. 그 무엇도 줄리엣이 로미오를 사랑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안재용은 2019년 ‘신데렐라’ 주역으로 국내에 첫선을 보인 데 이어 이번 공연에서도 줄리엣의 사촌 티볼트로 출연한다. 마요는 안재용이 20세에 입단한 사연을 들려주며 특별한 애정을 나타냈다.“재용이는 무용수가 아니었던 열여섯 살에 저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관람하고는 춤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미친 듯이 발레를 익혀 4년 후 오디션을 보러 왔어요. 저는 이런 사연을 전혀 모른 채 뽑았는데 재용이는 저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준 무용수입니다.”

마요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다른 발레단을 통해 국내에서 몇 차례 공연된 적이 있다. 국립발레단이 2000년 마요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국내 초연했고, 2002년과 2011년, 2013년에도 선보였다.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원조’ 공연은 뭐가 다를까.

마요는 무용수들을 꼽았다. “이 작품은 수년 동안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새로 이 작품의 주요 역할을 맡은 무용수들의 해석입니다. 1996년에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무용수들도 있습니다. 저는 언제나 무용수의 개성에 따라 작품이 조금씩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데요. 이번에도 그럴 것입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