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 사태 후 1년, 英 파운드화 약세 재발한다

사진=AP
영국의 파운드화가 약세장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비자물가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가운데 영국 중앙은행(BOE)이 깜짝 금리 동결을 선언하며 불확실성이 증가해서다. 통화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파운드화가 폭락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깜짝 동결한 뒤 파운드화 약세에 베팅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통화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파운드화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영국 은행은 지난 21일 통화정책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를 연 5.25%로 동결했다. 금리동결과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 의견은 5대4로 맞섰다. 캐스팅 보트를 쥔 앤드루 베일리 총재가 동결을 선택했다.

영국 중앙은행이 깜짝 금리 동결을 결정한 배경엔 전날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가 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같은 달보다 6.7%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7.0%)를 밑돈 데다가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시장에선 영국 금융당국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중앙은행 목표치(2%)의 3배를 웃돌고 있어서다. 최근 국제유가도 고공행진 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파운드화 매수 포지션에서 매도 포지션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아담 콜 RBC 캐피털 마켓 통화 전략가는 "1년 전 시장은 리즈 트러스 내각의 재정 정책을 불신했지만, 올해는 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믿지 않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했다. 이날 파운드화 대비 달러 환율은 1파운드당 1.2995달러로 전장 대비 0.42% 하락(파운드화 약세)했다. 지난 3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가 앞으로 더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매도 포지션을 잡으면서 하락세가 가팔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RBC 캐피털 마켓은 올 연말까지 환율은 5%가량 하락한 파운드당 1.17달러로 하락(달러 강세·파운드화 약세)하고, 내년에는 파운드당 1.11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경제 성장에 대한 전망도 비관적인 상황이다. JP모간, 골드만삭스 등 미국 투자은행은 올해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1%를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7월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5% 감소하며 나타난 결과다.

JP모간은 "올해 영국 경제 성장률은 사실상 제로에 수렴할 것"이라며 "경제 지표가 악화하면 경기침체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BNP파리바에 따르면 추세 추종형 헤지펀드(CTA)가 매도 포지션을 취하게 되면 파운드화가 걷잡을 수 없이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CTA는 퀀트펀드 중에서 추세 추종형 펀드로 주로 레버리지(차입)를 활용해 선물 시장에서 롱(매수)이나 쇼트(매도) 포지션을 잡아 이익을 극대화한다. 레버리지를 활용한 탓에 자산운용사의 매도량보다 더 큰 규모의 매도를 주문할 수 있다.파리샤 사임비 BNB파리바 통화전략가는 "CTA의 포지셔닝으로 인해 파운드화 가격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이는 파운드화 약세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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