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가야고분군' 등 42건 신규 등재

세계유산위원회 16일 일정 마치고 오늘 폐막…누적 세계유산 1천199건
벨기에·프랑스, 르완다 등 '기억유산' 눈길…내년 회의는 인도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한국의 '가야고분군'(Gaya Tumuli)을 포함한 42건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25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는 문화유산 33건, 자연유산 9건을 세계유산에 신규 등재하고 5건을 확장 등재했다.

이로써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933건, 자연유산 227건, 복합유산 39건 등 총 1천199건이 됐다.

올해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는 약 2년 치의 안건이 논의됐다. 당초 회의는 지난해 6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러시아가 그에 앞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일정이 불확실해지자 연기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회의에서 고대 문명 가야를 대표하는 유적을 새로 등재했다.

가야고분군은 1∼6세기 중엽에 걸쳐 영남과 호남 지역에 존재했던 고분 유적 7곳을 묶은 유산으로, 이번 등재로 한국은 문화유산 14건, 자연유산 2건 등 총 16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보이차'(푸얼차)로 유명한 중국 푸얼 지역의 '푸얼 징마이산 고대 차림 문화경관'(Ancient Tea Plantations of Jingmai Mountain in Pu'er) 등 총 13건이 세계유산이 됐다.

1천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섬이 장관을 이루는 베트남의 하롱베이는 확장 등재에 성공했다.
올해 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적용된 '기억유산' 원칙도 눈길을 끌었다. 벨기에·프랑스의 '제1차 세계대전 추모 및 기억유산 - 서부전선'(Funerary and memory sites of the First World War - Western Front) 등은 앞서 근대 시기 갈등과 관련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 유산은 2012년 이후 등재가 보류됐으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거듭하며 10년 만에 등재에 성공했다.

이와 함께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벌어진 대량 학살을 기념하는 유적지 4곳, 1970년대 아르헨티나의 군사 독재 정권 시절 당시 불법 납치, 고문, 살해 장소로 사용된 비밀수용소도 기억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다.
문화재청은 "기억의 요소가 향후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유산을 발굴하는 데 있어 평화와 화합에 기여할 수 있다는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위원회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와 서부 도시 르비우의 주요 유적지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목록'에 추가했다.

반면 우간다의 '카슈비의 부간다 왕들의 무덤'(Tombs of Buganda of Kings at Kasubi)은 보호 관리 체계를 강화한 점이 인정돼 14년 만에 목록에서 제외했다.

현재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목록은 총 56건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번 회의에서 등재 유산의 보존 현황도 점검했다.

위원회는 특히 일본에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탄광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권고한 후속 조처 이행을 위해 관련국과 대화를 지속하라고 결정했다.

또, 김포 장릉(章陵) 앞에 세워진 이른바 '왕릉 뷰 아파트' 논란과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에 공동 실사와 함께 보존 상태와 권고 사항에 대한 이행 여부를 정리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16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이날 폐막한다.

다음 회의는 2024년 인도에서 열린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024년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세계유산위원회의 위원국 21개 국가 중 하나로 선출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