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중국 텃세 딛고, 아시아 1위 꺾고…송세라의 '은빛 하루'

펜싱 송세라는 경기에 들어가며 "할 수 있다"고 혼잣말을 하는 루틴이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에페 개인전이 열린 24일, 송세라는 32강 대진표를 보며 그 말을 좀 더 힘줘 되뇌었을 듯하다.조별 풀리그전에서 5승을 챙겨 1번 시드를 받았음에도 강적들이 자신과 가까이 배치되는 불운이 따랐기 때문이다.

세계랭킹 '톱10'에는 송세라(5위)를 제외하면 아시아인은 2위 비비안 콩(홍콩), 9위 쑨이원(중국)이 있는데, 송세라는 이들을 4강과 8강에서 연달아 맞닥뜨렸다.

쑨이원과의 8강전에서는 중국의 텃세까지 견뎌야 했다.쑨이원은 9-8로 앞서던 상황에서 경기 종료를 1분 16초 남겨두고 갑자기 장비를 점검하며 경기를 한동안 지연시켰다.

그동안 중국 관중은 "짜요(파이팅), 쑨이원"을 크게 외쳤다.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송세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연속 득점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다음 4강전 상대는 아시아 랭킹 1위 비비안 콩이었다.

키 178㎝의 콩은 송세라(164㎝) 보다 무려 14㎝가 크다.

하지만 송세라는 빠른 몸놀림과 치밀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콩을 15-11로 여유롭게 꺾었다.비록 결승에서 대표팀 동료 최인정에게 패하고 금메달을 놓쳤어도 송세라가 이번 준우승이 아쉽다고만 생각하지 않는 이유다.

은메달을 목에 건 송세라는 시상식을 마친 뒤 "첫 아시안게임 출전인데 대진표를 보고 (경기가)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근데 제 컨디션이 좋았고, (오히려) 세계적으로 월등한 선수들과 뛸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결승에서는 비록 졌지만 인정 언니와 뛰게 돼서 의미 있고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쑨이원의 경기 지연에 대해선 "중국 선수들이 그런 행동을 정말 많이 하기 때문에 예상했다.

멘털적으로 신경 쓰지 말자고 생각하며 경기를 뛰었다"고 돌아봤다.

가장 경계했던 콩과의 승부에 대해선 "워낙 잘하는 선수였기에 한 포인트, 한 포인트 따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 "한국에서 콩의 게임을 정말 많이 보며 버릇, 습관을 숙지했다.

잘 준비해서 이기게 되지 않았나 싶다"고 복기했다.자신에 대해 "작지만 빠르고 집중력이 있다"는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메이저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