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만 옳으냐" CNN 날선 질문에 이란대통령 "히잡은 법"(종합)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방문해 CNN과 인터뷰
"작년 (히잡) 시위는 미·유럽 3국이 언론통해 교사한 폭동"
미국 CNN방송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를 24일(현지시간) 방송했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 참석했을 때도 CNN과 인터뷰가 잡혔지만 인터뷰하기로 했던 이란계 미국인 여성 언론인 크리스티안 아만푸어가 그를 만날 때 히잡을 쓰지 않겠다고 하자 인터뷰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이란에서는 '히잡 반대 시위'가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었다.

라이시 대통령은 CNN 인터뷰를 취소하기 약 열흘 전 테헤란 대통령실에서 히잡을 쓴 미국 CBS의 여성 기자와 서방언론으론 처음으로 인터뷰했다. 이날 인터뷰엔 CNN의 남성 언론인 퍼리드 저커리아가 인터뷰를 맡았다.

저커리아는 이란 보수세력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여성의 히잡 착용에 대해 날 선 질문을 던졌다.

저커리아는 자신이 인도계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밝히면서 1년전 이란을 휩쓸었던 대규모 히잡 반대 시위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슬람에 헌신적인 국가가 수십개국이지만 그들은 여성에 무엇을 입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믿는다.

그곳에 사는 수십억의 무슬림은 그럼 틀렸고 이란 이슬람공화국만 옳다는 것이냐"라고 질문했다.

이에 라이시 대통령은 표정의 변화없이 페르시아어로 "당신이 말한 것(히잡 시위)은 이란 국민 안에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란 국민은 (히잡 시위를) 절대 지지하지 않았고 이란 거리에서 일어난 폭동"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그들(시위자)은 지지가 부족한 나머지 계획에 실패했고 어리석게 속은 사람이 일부 있었다"며 "살인과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작년에 일어났던 일은 적들이 미디어를 통해 벌인 전쟁"이라며 "그 미디어는 유럽의 3개 국가와 미국에 본사를 둔 하루 24시간 뉴스를 내보내는 TV네트워크로 테러의 전술과 화염병 제조법을 공공연히 교사했다"고 말했다.

CNN과 인터뷰하면서 CNN을 '폭동 배후의 후보'로 지목한 셈이다.

이란 정부는 통상 영국, 프랑스, 독일을 자신에 적대적인 유럽 3국으로 꼽는다.

그러면서 지난해 히잡 시위에서 문제가 된 것은 사실 히잡이나 여성의 권리, 핵문제, 인권이 아니라면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과 같이 핵무장을 하는 나라들에 대해 왜 미국, 유럽의 시위에선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저커리아가 "테헤란에 가봤는데 이란 여성들은 히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들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여긴다"고 반론하자 "히잡 착용은 이란의 법이고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법이라면 모두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미국과 특정 유럽국가 몇곳만이 이 법을 준수하는 문제에 대해 이란 사회의 조울증적 상황을 일으키려 한다"며 "그들은 이란 여성의 권리나 히잡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성에 대한 존중의 삶은 이란에서 수백, 수천년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이시 대통령은 세예드(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직계) 가문임을 나타내는 검은 터번에 검은색 성직자 옷을 입고 인터뷰에 출연했다.

다른 중동 현안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국교 수립을 위한 미국의 노력에 대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최근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우리도 가질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선 "우리가 취하려는 조치(우라늄 농축)는 미국의 핵합의 파기에 대한 대응으로, 핵무기 또는 군사적 차원에 도달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핵무기 사용, 즉 대량살상무기 활용이 설 자리는 없다는 점을 거듭 밝혀왔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믿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