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 끝에 턱걸이 상장한 '이 회사'…주가 8배 폭등할 줄이야 [신현아의 IPO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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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로보틱스, 올들어 389% 폭등
시총 순위 97위서 9위로 점프
올해 시장서 주목 받았지만, 상장 전 고배 마시기도
"단기 급등은 부담…중장기 성장성은 의심 없어"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16만8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전반적인 증시 위축 속 주가가 20만원 아래로 내려갔지만, 지난달 11일까지만 해도 이 회사 주가는 24만원대로 고점을 높였다. 연초 이후(올해 1월 2일~9월 27일)론 389% 뛰었다. 올 초까지만 해도 5472억원에 불과했던 시가총액 규모도 현재 3조원을 훌쩍 넘겼다. 이 기간 코스닥 시총 순위는 97위에서 9위로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의 주가 급등을 두고 과열됐단 지적이 나왔다. 실적 대비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과도하게 높다는 분석이다. 전달 27일 기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84.32배로 비슷한 업종으로 분류된 유사그룹 PER(19.5배)와 비교해 월등히 높다. PER은 기업의 주가가 주당순이익(EPS)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수치로 주가가 회사의 순이익에 비해 적절한지를 가늠할 때 활용한다. 일반적으론 PER이 높을수록 고평가, 낮을수록 저평가됐다고 해석한다.
두 번의 좌절…사업 지속성에 발목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선 모두 흥행 성공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당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을 정도였다. 기술력과 적자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몸값을 대폭 줄인 결과였단 분석이 나왔었다. 상장 첫날엔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을 기록해 2만6000원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이후 2년 가까이 되는 기간 그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주가는 대부분 2만~3만원대에서 머물렀다.
손 내민 삼성에 "3만→12만" 역전극
개별 호재와 더불어 국내 증시를 휩쓸고 있는 로봇 테마주 열풍 속 상승세는 더 가팔라졌다. 2분기엔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광풍에 밀려 한동안 주가 흐름이 주춤했지만, 하반기 들어 대기업을 주축으로 한 로봇 시장 확대 기대감에 다시 강세 국면으로 돌아섰다. 삼성은 물론 두산, 한화그룹도 로봇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을 반도체 생산 공정에 투입할 것으로 밝힌 데다, 삼성웰스토리 등 삼성 계열사와 추가 협력 소식이 전해진 점도 최근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단기 급등은 부담…중장기 투자처론 매력적
주가 과열 부담은 크지만, 중장기적인 성장성엔 의심이 없단 게 증권가 의견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2조3236억원 규모였던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은 연간 40% 넘게 성장해 2025년 6조8842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HUBO)을 개발했다. 이족보행 로봇은 공학적 관점에서 모든 로봇 기술의 집약체로 평가된다. 작년엔 사족보행로봇(RBQ)를 공개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서빙 로봇과 물류 로봇(AMR)을 출시해 추가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겠단 계획이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에 대한 부담 존재할 수 있으나, 단기 관점이 아닌 중장기관점에서의 투자 접근을 추천한다"며 "회사는 로봇 부품과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원천 기술력을 내재화해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다양한 로봇 플랫폼 개발을 통해 중장기적인 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연구원은 "협동로봇 산업은 이제 성장 초입에 있는 산업인데다 아직 이 시장 자체가 크지 않은 만큼 실적 자체는 유의미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며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는 경기 개선과 함께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