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쟁이로 전락한 중산층…"月 300만원 넘게 벌어도 못 갚아"

중산층 채무조정 신청 급증
지난달 15일 서울 교대역에 개인회생·파산면책 전문 법무법인 광고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빚을 갚지 못해 개인채무조정을 신청한 중산층 이상 채무자가 올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월 월소득이 300만원을 넘는 개인채무조정 신청자는 이미 작년 한 해 동안의 신청자 수를 넘어섰고, 2020년과 비교하면 2배 규모로 불어났다. 전체 개인채무조정 신청자 중에서 월소득이 300만원을 넘는 채무자의 비중은 3년새 2배 넘는 수준으로 올랐다.

개인채무조정은 신용회복위원회가 빚을 갚아낼 능력이 없는 차주를 대상으로 상환기간 연장, 이자율 조정 등의 방법으로 대출 상환 조건을 변경해주는 사적 채무조정제도다. 작년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중산층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본격적으로 가계를 짓누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저소득층 비중은 감소, 중산층 비중은 급등

신용회복위원회가 25일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7월 개인채무조정을 신청한 월소득 300만원 초과 채무자는 1만1601명으로 작년 연간(1~12월) 신청자(1만1435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개인채무조정 신청자 중에서 월소득이 300만원을 넘는 중산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7월 기준 10.8%로, 작년(8.3%과 비교해 2.5%포인트 상승했다. 2020년엔 월소득 300만원 초과 중산층의 비중이 4.5%에 그쳤지만, 3년 사이 2배 넘는 수준으로 올랐다.

중산층과 달리 저소득층의 채무조정 신청은 줄어들고 있다. 개인채무조정을 신청한 월소득 1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의 수는 2020년 4만2099명에서 2021년 4만140명, 2022년 3만839명 등으로 줄었다. 올해 1~7월은 1만7729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개인채무조정 신청자 중에서 월소득 100만원 이하 채무자의 비중은 2020년 65.9%에서 올해 1~7월 기준 32.1%로 하락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영끌 빚투'족 비상"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채무조정 제도는 연체 기간에 따라 신속채무조정(30일 이하)과 프리워크아웃(31~89일), 개인워크아웃(90일 이상)으로 나뉜다. 세 가지 유형의 채무조정 중에서 올해엔 신속채무조정 제도를 찾는 중산층이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회복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신속채무조정을 신청한 월소득 300만원 이상 채무자는 올해 1~7월 4796명으로 2020년 연간 신청자 수(637명)와 비교해 653% 증가했다. 이로 인해 전체 신속채무조정 신청자 중에서 월소득 300만원 초과 채무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7월 기준 19.1%로, 2020년(8.9%)의 두 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프리워크아웃 유형 역시 월소득 300만원 초과 신청자의 비중이 2020년 8.0%에서 올해 1~7월 13.0%로 올랐다. 개인워크아웃의 경우엔 월소득 300만원 초과 신청자의 비중이 같은 기간 3.4%에서 6.4%로 상승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반면 100만원 이하 채무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신속채무조정의 경우 2020년 18.9%에서 올해 1~7월 8.1%로 줄었고, 프리워크아웃은 같은 기간 17.6%에서 10.4%로, 개인워크아웃은 37.1%에서 22.5%로 줄었다.

개인채무조정 신청자 중에서 중산층의 비중이 올해 빠른 속도로 확대된 것은 작년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가 중산층의 가계에 본격적으로 부담을 준 결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엔 직업과 소득이 불안정한 저소득층의 개인채무조정 비중이 높았던 반면, 이 시기 낮게 책정된 금리를 믿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나선 일부 중산층의 이자 부담이 최근 급격히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