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美 제재에 입자가속기 활용한 반도체 노광장비 공장 추진

홍콩 매체 "칭화대 연구진, 슝안지구에 거대한 공장 건설 계획"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 연구진이 첨단반도체용 노광 기술을 개발해 관련 공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중국이 미국 주도 반도체 노광장비 수출 통제를 피할 방법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칭화대 연구진이 입자 가속기를 활용해 새로운 광원을 만들어내는 SSMB(Steady-State MicroBunching) 프로젝트를 진행해 성과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이어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 슝안신구에 거대한 반도체 노광장비 공장 건설이 추진된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수출을 위해 크기를 되도록 줄여야 하는 반면, 중국은 여러 대의 노광장비가 둘레 100∼150m에 달하는 거대한 입자가속기 한 대를 에워싸는 방식의 대규모 공장을 세울 계획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EUV 노광장비는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반도체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장비로 세계에서 ASML만 독점 생산한다.

반도체 공정 중 웨이퍼(반도체 원판) 위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노광 작업에 극자외선 파장을 가진 광원을 활용하는 장비다.

최신형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등에 들어갈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수적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ASML은 180대의 EUV 노광장비를 인도했고 올해 60대를 선적할 계획이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2019년부터 ASML의 최첨단 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칭화대 연구진이 입자가속기를 활용해 EUV 노광장비보다 저비용으로 몇배 높은 출력을 가진 새로운 광원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SCMP 보도 내용이다. 슝안지구에 들어설 거대한 노광장비 공장에서 입자가속기의 전자 빔은 고품질 광원으로 전환돼 현장에서 반도체 제조와 과학 연구에 사용될 것이라고 SCMP는 설명했다.

신문은 이러한 혁신이 저비용으로 반도체 양산을 촉진하고, 2㎚ 이상 초미세 공정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중국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SSMB 프로젝트를 이끈 탕촨샹 교수는 칭화대 홈페이지에 게재된 보고서에서 "우리 연구의 잠재적 응용 분야 중 하나는 미래 EUV 노광장비를 위한 광원"이라며 "국제 사회가 (우리 연구를) 면밀히 주시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탕 교수는 "독자적 EUV 노광장비 개발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SSMB 기반 EUV 광원은 우리에게 제재 기술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CMP는 해당 프로젝트가 2017년부터 진행돼왔으나 최근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뚫고 첨단 반도체를 제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한 관심이 연구에 영향을 끼치자 탕 교수팀이 인터뷰를 거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