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샘플 회수, '퀸' 기타리스트 덕분에 성공

소행성 '베누' 샘플이 24일(현지시간) 지구에 도착한 가운데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퀸'의 기타리스트이자 유명 천체물리학자인 브라이언 메이가 이 작업에 큰 공을 세운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와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2016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는 2020년 베누에 다다른 직후 난관에 봉착했다. 베누 표면이 바위에 뒤덮여 착륙 지점을 정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이때 관제팀은 메이가 오시리스-렉스의 베누 이미지를 통해 제작한 3차원(3D) 소행성 입체 이미지를 활용했다. 관제팀은 이 입체 이미지를 이용해 착륙할 분화구를 선정하고 마침내 샘플 채취에 성공했다.

메이는 퀸에서의 기타리스트로 유명하지만 학계에서 인정받는 천체물리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에서 물리학·수학을 전공했다.

1970년부터 1974년까지 천체물리학 박사 과정을 거쳤으나 퀸 활동으로 학위는 취득하지 못했다가, 이후 30년 만에 완성한 논문으로 2007년 천체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오시리스-렉스 캡슐의 귀환 소식이 전해지자 메이는 "해피 샘플 회수 데이"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나사 TV를 통해 "오시리스-렉스의 팀원으로서 굉장히 자랑스럽다"며 "퀸 투어 리허설로 인해 함께하지 못하지만, 마음만큼은 여러분과 함께"라고 말했다.

메이는 "단순한 사진도 많은 것을 알려주지만, 분화구가 우주선을 착륙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평평한지는 알려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사가 입체사진을 통해 아무런 사고 없이 샘플을 얻을 수 있었다며 "돌이켜보면 우리는 당시 (채취 작업이) 생각보다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베누의 표면은 딱딱한 고체 형태라기보다는 마치 놀이용 '볼풀'과도 같다고 한다.메이는 지난 7월 미국 애리조나대 단테 로레타 교수와 함께 세계 최초의 3D 소행성 지도책 '베누 3-D: 소행성의 구조'도 출간했다.

24일 오전 미국 유타주 사막에 있는 국방부 유타 시험·훈련장에 오시리스-렉스의 소행성 베누 샘플 캡슐이 낙하하며 7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과학자들은 이 캡슐에 탄소가 풍부한 베누의 흙과 자갈 등이 250g가량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소행성 물질을 지구로 가져온 것은 일본의 이토카와(2010년), 류구(2020년) 소행성에 이은 세 번째로, 미국으로선 첫 번째 소행성 표본 회수다.(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