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D 키트루다+렌비마 병용요법, 잇따른 임상 실패 이유는? [이우상의 글로벌워치]

미국 머크(MSD)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과 티로신 키네이즈 억제제(TKI) ‘렌비마(렌바티닙)’을 함께 투여하는 병용임상에서 또 다시 고배를 마셨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MSD는 지난 22일(미국 시간)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를 대상으로 한 키트루다와 렌비마 병용 임상 3상에서 표준요법 대비 나은 유효성을 보이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MSD가 유효성 입증 실패 소식을 알린 임상시험은 키트루다와 렌비마의 병용 임상 프로그램인 ‘LEAP’ 중 LEAP-006과 LEAP-008이다. LEAP-006은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전이성 비편평 NSCLC 환자를 대상으로 키트루다+렌비마 병용과 키트루다 단독요법을 비교하는 임상이었다.

LEAP-008은 백금요법+2중 화학요법 또는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는 전이성 NSCLC 환자를 대상으로 키트루다+렌비마 병용요법과 화학항암제 도세탁셀 단독 또는 렌비마 단독을 비교했다.

MSD는 지난 달에도 같은 병용요법으로 두경부암 임상 3상에서 유효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에도 흑색종과 대장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고배를 마셨다. 키트루다와 렌비마의 병용임상이 줄줄이 실패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패소식 줄줄이… 키트루다 렌비마 임상 왜 하나

실패 소식이 잇따르고 있지만 MSD가 이같은 도전에 나선 데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었다. MSD는 키트루다와 렌비마를 병용한 KEYNOTE-146과 KEYNOTE-524에서 표준 치료법 대비 상당한 임상적 이득을 확인했다.

KEYNOTE-146은 전이성 신세포암종 환자 대상 임상 1b/2상 시험이며, KEYNOTE-524는 간세포암 환자 대상 임상 1상 연구였다. MSD는 병용요법으로 TKI가 키트루다의 효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LEAP’란 프로그램명 아래 다양한 고형암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확장했다. 자궁내막암과 간세포암, 흑색종, 비소세포폐암, 두경부암, 요로상피암 등을 대상으로 임상개발을 수행했다.

2021년엔 성공사례도 나왔다. 진행성 자궁내막암과 진행성 신세포암에 대해 키트루다와 렌비마 병용요법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정식 승인했다. 자궁성내막암과 신세포암에서의 승인은 MSD에도 의미가 컸다.면역관문억제제인 키트루다를 사용하기 위해선 PD-L1발현이 양성이거나, 현미부수체불안전성 높음(MSI-H), 불일치 복구 결핍(dMMR) 등의 조건이 필요했는데, 키트루다+렌비마 요법은 위 암종에서 이와 관계없이 승인됐다. 키트루다를 단독으로 썼을 때보다 더 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성공했던 키트루다 렌비마 병용요법, 지금은 왜 실패하나

키트루다와 렌비마 병용요법은 최근 실패 소식이 이어지긴 했지만 자궁내막암과 신세포암에서는 분명한 효능을 입증한 치료법이다. 그렇다면 이외 다른 암종에서는 왜 실패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확언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했다면 당초 MSD가 큰 비용을 들여 임상을 수행할 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단, 전문가들이 추측하는 몇 가지 실패 원인을 살펴본다.첫 번째는 임상시험 설계다. FDA 승인을 이끌어 낸 자궁내막암 임상(KEYNOTE-775)과 신세포암 임상(KEYNOTE-581)은 두 임상 모두 대조군이 화학항암제 또는 표적항암제만을 이용했다. 자궁내막암 임상의 대조군은 독소루비신 또는 파클리탁셀 등 표적항암제였다. 신세포암의 대조군은 또 다른 TKI 표적항암제인 수니티닙이었다.

실패사례를 되짚어보면, 이번에 실패를 인정한 비소세포폐암 임상 설계에는 시험군과 대조군 양쪽에 백금요법과 함께 키트루다가 쓰였다. 화학항암제도 함께 썼으며 차이는 렌바티닙의 유무 뿐이었다. 지난 달 임상 실패를 발표한 두경부암 또한 대조군 중 하나가 키트루다 단독요법이었다. 신약허가로 이어진 앞선 임상과 비교해 실험군과 대조군의 차이가 적다는 지적이다. 렌비마를 추가해 ‘극적인’ 효능 차이를 이끌어내야 하는 데, 그런 수준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암종별 특성의 차이다. 렌비마는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고, 암세포 사멸을 촉진해 암항원을 늘려 면역세포의 소집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콜드 튜머’를 잘 듣는 ‘핫 튜머’로 바꿔준다는 것인데 암종에 따라 그 효과 정도가 갈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중 신세포암 혈관생성을 막는 것이 중요한 항암치료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렌비마가 키트루다의 효능을 높이기 좋은 조건의 암이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렌비마의 독성 문제다. 국내 한 신약개발 전문가는 “렌비마는 여러 TKI제제 중에서도 독성이 상당히 강한 쪽에 속한다”며 “병용 요법으로 승인된 용량인 20㎎의 절반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임상시험에서 렌비마를 목표한 용량 대로 제대로 투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MSD는 렌비마 외에도 다른 TKI제제인 카보메틱스(카보잔티닙)과의 병용임상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 2상은 11개로 흑색종과 위 및 위식도암, 두경부암, 신세포암, 췌장암, 간암, 육종암, 자궁경부암 등이다. 아직 임상 3상에는 진입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렌비마에 비해 카보메틱스가 독성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9월 25일 17시 33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