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해외 K팝 열풍, 한국방문으로 연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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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열기 관광특수로 이으려면지난 23일 오후 7시30분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 호안(湖岸)의 딘띠엔호앙 거리. 얼핏 봐도 수천 명은 돼 보이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관객들은 한국 걸그룹 2NE1의 노래 ‘컴백홈’이 흘러나오자 일제히 “내게 돌아와”란 가사를 따라 불렀다. 이 무대는 K팝 아티스트의 콘서트도 아니었다.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국관광공사·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이 주최한 ‘K팝 아이러브 2023’ 오디션의 최종 결선일 뿐이었다.
문체부 당국자들 디테일 챙겨야
송영찬 유통산업부 기자
이번 행사의 지원자는 12만 명에 달했다. 현장엔 외국인 관광객도 몰려들어 영어로 된 한국 여행 책자가 배포됐다. 한국 여행 관련 굿즈를 증정하는 경품 행사도 열렸다. 행사를 준비한 기관들의 세심함이 새삼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하지만 마냥 감탄만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K콘텐츠로 베트남에서 한국행(行) 욕구를 자극한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한국으로 유인할지 구체적인 방법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돈과 시간을 들여 세계 각국에서 행사를 열었다면 현지인들에게 “한국에 오면 훨씬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구체적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K팝에 빠진 1020세대에게 뜬금없이 ‘K웰니스’ 관련 책자를 나눠준다든지, 경복궁·청와대를 찾고 싶어 하는 중년 관광객에게 마이스(MICE) 행사를 소개한다면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런 일들은 내년까지 이어지는 ‘한국 방문의 해’의 실무 현장에서 종종 벌어지고 있다. 한국 방문의 해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명예 위원장을 맡은 정부와 국내 여행업계 최대의 관심사다. 하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장·차관 가운데 관광정책에 관해 제대로 알고 있다고 볼 만한 인사는 없다.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수많은 콘텐츠가 제대로 알려지는지 우려를 지우기 어려운 일도 많다. 여행업계를 중심으로 “한류에 올라타라(Ride the Korean Wave)는 한국 방문의 해 슬로건을 외국인들이 얼마나 알지 모르겠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오는 게 그렇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장기적으로 이어진 일본의 ‘일본으로 오세요(요코소 재팬)’ 캠페인이 전 세계에 각인된 것과 대조된다.
하노이 현지에서 느낀 한국 여행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대단했다. 이 열기를 오롯이 한국으로 가져올 수 있는 ‘보온병’이 제대로 만들어졌으면 한다. 이 같은 걱정이 괜한 우려임을 관련 기관들이 보란 듯이 증명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