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韓 외국인 수요 쓸어가는 글로벌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 상하이 본사 첫 공개

올해 중국인 자유여행 급증
트립닷컴 매출, 야놀자 10배
부킹·익스피디아도 '맞대응'

국내 플랫폼은 외국인 이용 못해
2兆 수수료 해외社가 싹쓸이
“이 불빛은 전 세계의 예약 진행 상황을 나타냅니다.”

25일 찾은 중국 상하이시 창닝구의 트립닷컴그룹 본사(사진). 해외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된 이곳 4층 ‘NOC(network operation center)’엔 세계 지도가 표시된 대형 모니터가 설치돼 있었다.이 세계지도는 빨강(항공 예약)·노랑(호텔)·파란색(액티비티) 불이 끊임없이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하며 임직원이 실시간으로 예약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에서 세계 여행 시장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여행 굴기’가 트립닷컴의 ‘지휘 통제실’ 격인 이곳에서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

글로벌 OTA 삼국지

온라인 여행플랫폼(OTA) 분야 글로벌 3위(매출 기준)인 트립닷컴의 올 상반기 매출은 28억1780만달러(약 3조7660억원)다. 코로나19 창궐 전인 2019년 동기(24억5460만달러) 대비 14.8% 증가한 규모로, 국내 1위 야놀자(3220억원)의 10배가 넘는다.트립닷컴은 201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단체여행에 쏠려 있던 중국인의 여행 선호가 자유여행으로 이동하면서 OTA 사업이 급격히 커지는 추세다. 제인 순 트립닷컴 최고경영자(CEO)는 “다양한 국가의 파트너사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자국민 여행 수요를 발판 삼아 급격히 치고 올라오는 트립닷컴에 맞서 글로벌 OTA 쌍두마차 부킹홀딩스와 익스피디아그룹도 대응에 한창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부킹홀딩스는 인수합병(M&A)을 통한 ‘덩치’ 불리기를 마무리하고 시너지 극대화에 나섰다. 2021년 말 스웨덴의 항공권 판매 플랫폼인 이트레블리그룹을 인수해 사업을 확장했다.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을 운영하는 익스피디아그룹은 이용자 ‘록인(묶어두기)’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7월 미국에서 선보인 ‘원 키’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원 키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익스피디아에서 쌓은 적립금을 호텔스닷컴에서 사용할 수 있다. 고객 충성도를 끌어올려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전략이다.

대응 역량 떨어지는 한국

국경을 가리지 않는 글로벌 OTA ‘공룡’들의 공세에 한국은 인바운드 여행(외국인의 한국 여행) 시장을 이들에게 완전히 잠식당했다. 온라인 트래픽 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올해 세계에서 한국을 가장 많이 찾은 국가인 일본 여행객은 지난달 자란넷, 나비타임, 라쿠텐 순으로 OTA를 많이 사용했다.

미국과 대만인들은 익스피디아, 에어비앤비, 부킹닷컴과 아고다, 클룩, 부킹닷컴 순으로 각각 많이 썼다. 여행업계에선 국내 인바운드 시장에서 발생하는 2조원 규모의 OTA 수수료를 모두 해외 OTA가 나눠 갖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처럼 ‘안방’이 글로벌 OTA들에 완전히 잠식당한 데엔 아직 해외 여행객을 고객으로 간주하지 않는 국내 여행업계 행태가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로 한국 인바운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톱2 플랫폼’인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외국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사실상 외국인은 한국을 이용할 때 이 앱을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는 아고다와 트립닷컴이 전 세계 여행객을 대상으로 각각 36개, 21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해외 플랫폼에 비해 상품 수도 적다. 25일 기준으로 다음달 7~8일 예약 가능한 서울 숙소는 아고다가 1682개, 야놀자가 1520개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국내 OTA만이 할 수 있는 외국인 대상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