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에 '色'을 입힌 여성 화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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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랑 6인전동양화라고 하면 흔히 수묵화를 떠올린다. 해방 직후 구축된 이미지다. 일제 식민시대에 대한 반발로 색깔을 칠하면 ‘왜색(일본풍)’이 묻어난다고 했다. 하지만 수묵화 일색인 동양화 구도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일부 인기 작가의 채색 동양화는 ‘없어서 못 걸’ 정도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그룹전 ‘현실과 환타지를 소요하다’는 그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전시다.
'현실과 환타지를 소요하다'
"수묵화로만 인식되던 동양화
채색화 진면목 조명한 전시"
전시는 미술평론가 김이순 전 홍익대 교수가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채색화가 6인의 작품 40여 점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원혜경 선화랑 대표가 김 교수를 찾아가 “채색화를 진지하게 재조명하고 싶다”며 조언을 구한 끝에 전시가 성사됐다. 원로 채색화가 이숙자를 비롯해 김인옥 유혜경 이영지 이진주 김민주 작가가 참여했다. 김 교수는 “정신적 수양을 강조하는 수묵화에 비해 채색화는 감성 등 인간의 일상과 좀 더 가까운 소재를 다뤘다”며 “관객으로부터 공감과 이해를 끌어내기 쉽기 때문에 인기를 얻는 것”이라고 했다.이숙자의 ‘보리밭’은 보릿고개를 넘어가는 우리 민족의 한을 석채(石彩·돌로 만든 안료)로 담아낸 그의 대표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1년부터 화랑 벽에 걸리기 하루 전까지 그린 ‘청보리 벌판’을 만날 수 있다. 민족정기를 표현한 2층의 대형 채색화 ‘백두산’도 주목할 만하다.
이영지 작가의 작품에서는 사물의 형태를 하나하나 먹선으로 그리고 그 안을 색칠하는 작업 방식이 눈에 띈다. 그래서 그가 그린 작품 속 나무는 잎 색이 모두 다르고 하나하나 모양도 다르다. 색을 따로따로 칠하기 때문이다.
이진주 작가는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작가 중 하나다. 이번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 기간에만 선화랑 전시를 비롯해 송은, 영국의 세계적인 화랑 화이트큐브 개관전 등 세 곳의 전시에 그의 작품을 걸었다. 이진주 작가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자연 풍경을 캔버스에 옮기는 대신 화분, 열매 등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 속 자연의 조각을 모아 대형 채색화로 꾸몄다.동양 채색화가 고리타분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충분한 전시다. 전시는 오는 10월 14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