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 화물사업 팔겠다"

아시아나와 합병 위해 '마지막 승부수' 띄워

EU 결합심사 불투명해지자 27일 '합병수정안' 제출
유럽 4개 노선도 포기…"알짜 다 파나" 딜 회의론도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화물기에 수출 화물을 싣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화물사업에서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는 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경DB
▶마켓인사이트 9월 25일 오후 5시 13분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기업결합)을 승인받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하고 자사 유럽 노선 네 개를 포기하기로 했다. 두 회사 합병으로 인한 경쟁 제한을 우려한 EU 경쟁당국의 요구사항을 사실상 전부 받아들인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7일 EU 집행위원회(EC)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합병시정서 초안을 제출한다. 대한항공은 초안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전체를 매각하고 자사 14개 유럽 노선 중 4개 노선을 반납하는 여객 슬롯(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 조정안을 담기로 했다. 반납 대상 4개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중복 취항하는 인천~파리,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EC는 올해 5월 “양사 합병으로 유럽과 한국 간 모든 화물 운송 서비스의 경쟁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인천~파리 등 4개 노선에서 여객 운송 서비스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중간 심사보고서(SO)를 대한항공에 전달하고 8월까지 합병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하자 EC는 이를 수용하고 다음달까지 합병시정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항공업계는 대한항공이 이번 초안에서 EC가 적시한 요구안 대부분을 수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EC는 합병시정서를 검토해 이르면 내년 1월 양사 합병의 조건부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대한항공은 EC 외에도 미국 법무부(DOJ), 일본 등 3개국의 심사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필수 신고국인 EC와 DOJ 중 한 곳이라도 불승인 판단을 내리면 두 회사의 합병은 무산된다. DOJ가 이번에 대한항공이 EC에 합병시정서를 제출한 것을 빌미로 미국 항공사에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한층 깐깐한 요구사항을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해외 합병 심사를 통과해도 과제는 남는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알짜 사업부인 화물사업을 매각하는 안건을 승인할지 미지수여서다. 화물사업을 매각하는 방식의 합병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라는 본래 합병 취지에 어긋난다는 여론도 극복해야 한다.

차준호/김재후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