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엄마와 함께 산 아이가... 교육·소득 높고 이혼 확률 낮다 [WSJ 서평]

두 부모의 특권(The Two Parent Privilege)

멜리사 키니
시카고대학교
240쪽│17.05달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50년 동안 미국 내 한부모 가정이 급증했다. 1980년대에는 아동의 80%가 양쪽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이 비율은 2019년 57%까지 떨어졌다. 한부모 가정의 증가는 여성 권익 신장의 상징일까, 아니면 아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일까.

혼인과 육아는 민감한 주제다. 사실보다는 감정이 지배하고, 아이의 입장보다는 어른들의 가치관이 중요하게 거론되는 경우가 많다. 가정 내 보살핌 정도와 자녀의 미래 생활 수준 사이 인과관계를 밝히기도 쉽지 않다. 많은 미국인이 전통적인 '두 부모 가족'을 구시대의 유물로 간주하는 이유다. 이런 불편한 질문에 정면으로 맞서는 책이 출간됐다. <두 부모의 특권>은 한부모 가정, 이혼 가정 등 가족 형태가 아동의 미래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안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멜리사 키니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가 40여년 간 축적된 통계를 바탕으로 두 부모 가족의 경제적 이점을 풀어낸다.

분석의 요지는 이렇다. 부모가 함께하는 환경은 아이의 장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 계층에 따라 가족 구성에 차이가 발생하고, 이러한 가족 형태는 불평등을 재생산한다. 결혼생활을 유지한 부모의 자녀일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다. 이 문제를 꺼내 들지 않는 것은 사회 전체 이익에 반한다.

두 부모 가정은 한부모 가정보다 아이에게 나은 경제적 여건을 제공한다. 조나단 그루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이혼 가정 자녀의 교육·소득 수준은 두 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에 비해 낮았다. 한 세대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이혼 가정의 아이가 커서 결혼할 때도 더 잦은 재혼과 별거를 겪었다.
&lt;두 부모의 특권(The Two-Parent Privilege)&gt;, 멜리사 키니, 시카고대학교.
저자는 최근 미국의 이혼이 저학력·흑인 여성에 편중된 점을 강조한다. 2019년 고졸 이하 어머니를 둔 아이의 60%만이 부모와 함께 살았다. 같은 기간 대졸 어머니의 자녀 중 부모와 생활한 비율 84%에 비해 크게 낮다. 인종에 따른 격차도 크다. 2019년 흑인 자녀의 38%가 기혼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백인 자녀의 77%, 아시아계 88%가 부모와 함께 살았다.

가장 큰 원인은 결혼할 수 있는 남성이 줄어든 점이다. 여기서도 경제적 요인이 가족 형태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며 저학력 남성의 소득이 줄어들었고, 혼인율 감소와 미혼모 증가로 이어졌다. 싱글맘과 빈곤선 이하 생활 수준을 영위하는 아동의 비중도 덩달아 늘었다.

저자는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남성의 경제적 지위를 향상해야 한다"며 "그들이 더 신뢰할 수 있는 결혼 상대이자 아버지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직업훈련, 공공교육, 보조금과 아동 보호와 관련된 법·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산모와 예비 어머니를 위한 사회 각층의 노력도 필요하다. 저자는 "TV 프로그램 '16세의 임신'에서 10대 어머니가 겪는 고충을 묘사한 것이 10대 미혼모 발생 감소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또한 간호사 가정 방문 등 "불우한 배경의 부모와 자녀의 결과를 개선하는 정부와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

정리=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이 글은 WSJ에 실린 마이클 루카의 서평(2023년 9월 25일) ‘The Two-Parent Privilege Review: Where Have All the Good Men Gone?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