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기인들이 제시하는 '외국인 근로자 부족' 해법

'中企 1번 과제'된 외국인 정책
책임선택제로 비자정책에 '숨통'

오유림 중소기업부 기자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학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베트남 정보기술(IT) 인력이 비자를 발급받기 어려운 상황은 개선돼야 합니다.”(권선주 IT여성기업인협회 수석부회장)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중소기업 관계자 간 중기노동현안 간담회. 이 자리에 참석한 30여 명의 중기 관계자들은 외국인 근로자 정책과 관련한 현장 애로 사항을 다수 쏟아냈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이나 근로 시간 유연화 같은 중요 현안만큼 다급한 문제인 듯했다.업장별로 사연은 다양했지만, 중소기업의 요구는 ‘외국인 인력 수급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한마디로 요약됐다. 현실적으로 중소 제조 현장이 외국인 인력 없이는 돌아갈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기인들이 전하는 현실은 외국 인력이 필요한 곳마다 공급이 꽉 막힌 답답한 모습이었다. 조인호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장은 “발전소, 제철소, 석유화학 같은 플랜트 공사 현장에선 기술 유출 우려와 플랜트건설노조의 반대로 2007년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E-9 비자에서 요식업 같은 소상공인 관련 업종은 빠져 있다”고 호소했다.

물론 정부의 외국 인력 정책에 개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법무부는 최근 숙련 외국인노동자 비자(E-7-4)를 확대해 한 해 2000명이던 숙련기능인력 비자 쿼터를 최대 3만50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이런 움직임을 반기면서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반응이다. 다양한 대안도 내놨다. 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특정 지역 내 근속뿐 아니라 교육 등 정착하는 데 도움을 주자”는 포괄적 의미의 ‘권역별 쿼터제’를 제안했다. 석용찬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장도 “E-9이나 E-7-4 비자를 지닌 신규 인력을 데리고 올 게 아니라 기존 중소기업에 7~10년 근무한 사람을 기업이 추천해 숙련공 비자를 받게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쏟아지는 업계의 토로에 이 장관은 “외국 인력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며 “비자 제도 개선이나 이민청 설립 논의 등에 현장의 목소리를 담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제기된 중소기업인들의 주장이 모두 옳은 건 아닐 것이다. 법체계상 반영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의 어려움은 현장 종사자가 가장 잘 안다. 중기의 오랜 고민인 외국인 인력 문제 해법을 찾으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