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무랑 천마 멋있어요" 10년만의 퍼레이드에 환호성

목말 태우고 태극기 휘날리며 "국군 발전에 감개무량"
외국인도 이색경험…빗속 교통통제에 불만도
"예전에는 군대가 행진하면 외국 무기 일색이었어요. 그런데 오늘 국산 무기들을 보니까 감개무량하네요.

"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시청 앞 서울광장을 찾은 심용호(80)씨는 위용을 자랑하는 국군 장비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을 닷새 앞둔 26일 궂은 날씨에도 10년만의 국군 시가행진을 구경하려는 시민들이 광화문과 숭례문 일대 인도를 빽빽하게 채웠다. 국군의 대표적 명품 무기 K9 자주포 등 중장비들이 커다란 엔진소리와 함께 행진을 시작하자 시민들은 태극기를 펄럭이며 환호했다.

시민들은 국군의 무기와 부대가 소개될 때마다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인파에 가려 행렬이 제대로 보이지 않자 아이를 목말 태운 아버지도 있었다. 몇몇은 아예 인도 화단에 올라서서 행진을 관람했다.
현역 군인 김정원(43)씨는 "아들에게 멋진 군인들을 보여주고 싶어서 학교에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아들 유현준(7)군은 "해병대 마스코트와 사진을 찍은 게 가장 신났다"고 했다. 학교 수업을 마치자마자 어머니와 함께 행진을 보러왔다는 강민지(10)양은 "현무랑 천마가 가장 멋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조모(27)씨는 "10년 전 군 시가행진도 유튜브로 찾아봤을 정도로 무기를 좋아한다.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연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장비부대에 이어 국군 의장대와 육·해·공군 사관생도 등 보병부대의 행진이 뒤따랐다.

빗발을 뚫고 울려퍼지는 장병들의 우렁찬 경례 소리에 시민들은 박수로 답례했다.
군의 대규모 시가행진이 생소한 외국인들은 진귀한 경험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탈리아에서 온 대학생 마르티나 멜레(19)는 "내 고향에서는 이렇게 많은 군 장비와 군인을 볼 일이 없었다.

이런 군용 장비들이 한자리에 있는 게 가장 흥미롭다"고 말했다.

약 10년째 한국에 머물고 있다는 영국인은 "비가 내려 행진을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너무 멋진 경험"이라며 웃었다.

한 일본인 관광객 부부는 "사람이 많아 행진을 잘 보지는 못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는 걸 보면 한국 군대는 국민들에게 큰 신뢰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평일 오후 교통통제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은 기념식이 열린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광화문까지 탱크 등 중장비가 이동하는 구간의 차량 통행을 시간대별로 통제했다.

용산구에 사는 이모(29)씨는 오후 2시30분께 지하철 신용산역에서 버스로 갈아타려 했지만 행사 때문에 버스가 모두 우회해 낭패를 봤다.

이씨는 "좀 기다려보려고 했는데 탱크 행렬의 끝이 보이지 않아 포기했다. 평소 10분이면 충분할 거리를 빗속에서 30분이나 걸어가야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