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 안했어요"…진짜 '무죄' 됐다

수 미터만 차 움직여 기물 파손
"자다가 에어컨 켜려고 시동만 걸었다" 주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25일 대전지법 형사항소 1부(나경선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26) 씨의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A 씨는 지난해 9월 10일 아침 5시쯤 충남 금산군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친구와 함께 식당 앞에 주차된 자신의 차에 탑승했다. 이후 그는 근처에서 소변을 본 뒤 다시 차량에 탑승했는데, 이때 A 씨의 차량 브레이크 등이 몇 차례 깜박거리다가 꺼진 것이 확인됐다.

이후 차가 수 미터 움직였으며 식당 앞에 놓여있던 화분과 에어컨 실외기 등을 들이받았다. 사고가 난 뒤에도 A 씨는 친구와 계속 차 안에 머물렀으며, 이날 아침 7시 30분쯤 인근 상인이 해당 차량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이 음주 측정을 한 결과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넘는 0.130%였다. 법정에 서게 된 A 씨는 "대리운전이 잡히지 않아 차에서 잤고, 자다가 에어컨을 켜려고 시동을 건 기억은 있으나 운전한 기억은 없다"며 "아침에 잠에서 깨보니, 차가 가게 앞 물건을 들이받은 상태였다"라고 진술했다.

사건을 살핀 1심 재판부는 지난 2004년 4월 움직이게 할 의도 없이 기어를 건드려 차량이 움직이거나, 불안전한 주차 상태와 도로 여건 등으로 차량이 움직이게 된 경우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해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도로가 내리막길인 점 등을 고려하면 실수로 기어 변속장치 등을 건드렸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그러나 피고인이 고의로 차량을 운전하려 했다면 사고가 난 이후에도 차량을 그대로 방치한 채 계속 잠을 잤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봤다.이후 검찰은 1심 판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으나 사건을 재차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봤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