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제를 화형시킨 집단 광기..."현대인에게 와 닿는 오페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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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서 비롯된 극단적 감정이 노르마를 산 채로 불 타 죽게 했죠. 그의 아버지까지 화형에 동참합니다. 뭘 얼마나 잘못했길래 그렇게까지 했을까요. (이 작품의) 키워드는 인간의 광기와 사회적 증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스페인 출신 천재 연출가 알렉스 오예(63·사진)는 자신의 연출작 '노르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예는 이탈리아 작곡가 벨리니(1801~1835)의 오페라 노르마를 재해석해 2016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렸다. 당시 오예의 노르마는 3500여 개의 십자가로 만든 배경 등 그로테스크한 연출로 화제가 됐다. 이 '런던표' 오페라가 예술의전당 전관 30주년을 맞아 내달 26~29일 서울을 찾는다. 오예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라운드인터뷰에서 "(노르마는) 전통적 오페라 형식을 부수고 현대적으로 표현했다"며 “지위가 높은 여성이면서 엄마이자 연인인 노르마의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많은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이 오페라는 신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 로마 시대의 여사제 노르마의 금지된 사랑과 배신, 비극 등을 다룬다. 오예는 이러한 노르마의 이야기에서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뚜렷하게 살렸다. 개인의 자유와 사회 규범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인의 모습, 이데올로기와 종교의 갈등, 사회적 편견 등을 부각했다. 현실의 민낯을 무대에 올려 관객의 공감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관객이 오페라에 참여한다는 느낌이 없으면 오페라는 박물관에만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현실 문제를 다뤄야 해요.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연출 장면들 중 상당수를 자신이 나고 자란 스페인의 사례를 참고해서 만들었다고. 스페인은 가톨릭이 국교이고, 오예는 프랑코 독재 정부(1939~1975)를 겪었다. 가톨릭의 전통이 강한 국가적 분위기와 독재 정부 치하의 억압적인 사회의 모습을 담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오예는 인형극을 시작으로 연출에 발을 들였다. 이후 작은 극단에 들어가 연극 연출을 했고, 1992년에는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회식 연출을 맡으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1999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마누엘 데 파야의 ‘파우스트의 저주‘를 연출하며 오페라 무대에 본격 데뷔했으며 현재는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와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등에서 활약하며 '천재 연출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는 연신 "젊은층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관객과, 젊은 오페라 제작자들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30분짜리 짧은 오페라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라고도 했다. 2030 작가와 스태프들과 함께 가벼운 오페라 작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오페라라는 장르가 '올드하다'는 느낌을 주다보니, 젊은이들이 잘 안 다가옵니다. 젊은층에게 '오페라도 재미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특히 박찬욱, 김기덕 등을 언급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한국 문화를 동경하고 있어요. 제가 처음 본 한국 영화가 '올드보이'인데 정말 잔혹하고 인상적이었어요. 오페라에도 그런 게 있어요. 오페라는 모든 요소가 들어간 종합쇼입니다. 한국의 영화감독들과도 협업하기를 희망합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스페인 출신 천재 연출가 알렉스 오예(63·사진)는 자신의 연출작 '노르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예는 이탈리아 작곡가 벨리니(1801~1835)의 오페라 노르마를 재해석해 2016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렸다. 당시 오예의 노르마는 3500여 개의 십자가로 만든 배경 등 그로테스크한 연출로 화제가 됐다. 이 '런던표' 오페라가 예술의전당 전관 30주년을 맞아 내달 26~29일 서울을 찾는다. 오예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라운드인터뷰에서 "(노르마는) 전통적 오페라 형식을 부수고 현대적으로 표현했다"며 “지위가 높은 여성이면서 엄마이자 연인인 노르마의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많은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이 오페라는 신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 로마 시대의 여사제 노르마의 금지된 사랑과 배신, 비극 등을 다룬다. 오예는 이러한 노르마의 이야기에서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뚜렷하게 살렸다. 개인의 자유와 사회 규범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인의 모습, 이데올로기와 종교의 갈등, 사회적 편견 등을 부각했다. 현실의 민낯을 무대에 올려 관객의 공감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관객이 오페라에 참여한다는 느낌이 없으면 오페라는 박물관에만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현실 문제를 다뤄야 해요.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연출 장면들 중 상당수를 자신이 나고 자란 스페인의 사례를 참고해서 만들었다고. 스페인은 가톨릭이 국교이고, 오예는 프랑코 독재 정부(1939~1975)를 겪었다. 가톨릭의 전통이 강한 국가적 분위기와 독재 정부 치하의 억압적인 사회의 모습을 담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오예는 인형극을 시작으로 연출에 발을 들였다. 이후 작은 극단에 들어가 연극 연출을 했고, 1992년에는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회식 연출을 맡으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1999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마누엘 데 파야의 ‘파우스트의 저주‘를 연출하며 오페라 무대에 본격 데뷔했으며 현재는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와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등에서 활약하며 '천재 연출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는 연신 "젊은층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관객과, 젊은 오페라 제작자들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30분짜리 짧은 오페라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라고도 했다. 2030 작가와 스태프들과 함께 가벼운 오페라 작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오페라라는 장르가 '올드하다'는 느낌을 주다보니, 젊은이들이 잘 안 다가옵니다. 젊은층에게 '오페라도 재미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특히 박찬욱, 김기덕 등을 언급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한국 문화를 동경하고 있어요. 제가 처음 본 한국 영화가 '올드보이'인데 정말 잔혹하고 인상적이었어요. 오페라에도 그런 게 있어요. 오페라는 모든 요소가 들어간 종합쇼입니다. 한국의 영화감독들과도 협업하기를 희망합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