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충전방법도 경쟁

오토 확대경
Getty Images Bank
전기차 배터리 교체 방식 개념의 역사는 127년 전인 18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전기조명회사 파트포드 일렉트릭은 전기차의 짧은 주행거리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충전된 배터리를 교체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이용 대상은 이동 거리가 비교적 긴 전기 트럭이었다.

트럭을 구매한 뒤 배터리를 빌려 쓰고 매월 이용 거리에 따라 요금을 부담하는 방식이었는데 이용자 호응이 꽤 높았다. 1910년부터 사업을 중단한 1924년까지 판매한 전력량은 주행거리 1000만㎞가량을 돌파하는 규모다. 1㎾당 2㎞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500만㎾의 전력을 배터리에 담아 판매한 셈이다.1917년엔 아예 배터리 없이 전기차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체가 등장했다. 다만 1920년대 들어 도로가 늘어나고 내연기관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동 거리가 빠르게 증가한 데다 석유가 대량으로 보급되면서 배터리 교체 방식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배터리 교체 방식은 2007년 다시 등장했다. 2005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포럼 창립자이자 독일 엔지니어인 클라우드 마틴 슈밥 박사가 던진 질문 덕분이었다. 그는 “2020년까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라고 화두를 던졌고, 이스라엘 기업가인 샤이 아가시는 이의 대답으로 ‘배터플레이스’라는 기업을 창업했다. 아가시의 아이디어는 전기차 확산을 위한 배터리 교체였다.

시장 반응도 뜨거웠다. 1조원의 투자금이 몰렸고 이스라엘, 덴마크, 하와이 등에선 배터리 교체 인프라 구축이 발표됐다. 배터플레이스는 2008년 프랑스 전기차 제조사와 손잡고 이스라엘 일부 도시에서 배터리 교체 사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사업은 끝내 실패했고 회사는 2013년 파산했다. 석유 가격이 크게 폭락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영향이다.다만 배터리 교체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았다. 전기차에서 배터리의 본질은 로봇 장난감 1회용 건전지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 설립된 전기차 기업 니오(NIO)는 전기차 판매 가격을 낮추고 이용자들의 주행거리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2020년 배터리 교체 방식을 도입했다. 노르웨이에 교환소를 세우는 등 사용자 편의성도 실험했다. 전기차 판매와 교환소가 동시에 늘어나자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니오는 전기차 가격을 25% 낮췄고 이용자는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을 겪지 않아도 됐다.

이후에도 전기차에서 배터리를 떼어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 용량을 늘리고 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주행거리를 늘렸으니 배터리를 떼지 말고 플러그를 꽂아 충전하라는 뜻이다. 배터리를 떼어내면 전력 유통 사업의 주도권이 흔들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소비자의 관심은 플러그를 꽂을 수 있으면서 배터리도 바꾸는 방식이다. 어떤 방식이든 전기를 재빨리 충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떼어내려는 욕망과 떼지 않으려는 기업 사이를 절묘하게 파고든 업종이 금융이다. 금융사는 소비자 대신 배터리를 사주고 매월 이용료를 받는다. 하지만 금융업계 역시 충전 방법에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탈착 여부를 두고 여전히 기 싸움이 벌어지는 배경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