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피소 中유명 방송인, 5년만에 명예훼손 소송 취하

CCTV 진행자 주쥔…중국서 '미투' 운동 촉발 사건 가해자 지목
중국에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촉발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 방송인이 피해자에 대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을 5년 만에 취하했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의 유명 진행자 주쥔(59)이 저우샤오쉬안과 그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을 취하했다고 주쥔의 변호사가 지난 24일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 계정을 통해 밝혔다.

저우샤오쉬안은 전날 SCMP에 이를 확인하며 지난 21일 중국 법원에서 소송 취하가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양측 사이 어떠한 합의나 협상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주쥔이 왜 소를 취하했는지에 대해 전해 듣지 못했다고 했다.

앞서 저우샤오쉬안은 2014년 CCTV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 주쥔이 자신을 분장실의 벽으로 밀어붙이며 강제로 입맞춤을 했다는 사실을 2018년 폭로하고 그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1심과 2심에 이어 재심 신청도 모두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했다. 이후 저우샤오쉬안과 지지자들의 미투 관련 소셜미디어 계정은 삭제되거나 정지됐다.

주쥔은 중국 최고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인 '춘완'(春晩)의 사회를 맡을 정도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인물이다.

그는 저우샤오쉬안의 폭로가 나오자 허위사실이라며 바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재판은 성희롱 재판이 이어지면서 계속 보류돼왔다.

이후 저우샤오쉬안은 중국 미투 운동의 선구자로 떠올랐고 재판 때마다 법정에는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5년간의 지난한 재판 과정은 중국에서 성희롱 피해자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보여줬다고 SCMP는 지적했다.
저우샤오쉬안은 SCMP에 재심 청구가 지난 5월 기각됐다면서 긴 법정 싸움이 정신적,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자신이 성추행당할 당시 입고 있던 치마에 대한 추가 DNA 검사 요청과 당시 현장의 폐쇄회로TV 녹화 영상을 증거로 채택해 달라는 요청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마음속으로는 주쥔이 소송을 취하하기를 바랐다.

너무 지쳤고 이 문제에 대처할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라며 주쥔이 명예훼손 소송을 취하한 것에 안도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주쥔에 대한 내 고소는 중국의 성희롱 피해자들이 얼마나 많은 증거를 제시해야 하고 얼마나 많은 입증 부담을 안아야 하는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 정의를 추구하면서 자신이 맞닥뜨린 어려움과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은 앞으로 중국 법률 체계 안에서 다른 피해자들이 어떤 종류의 장애물을 만나게 될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한 법적 판단이 없다면 피해자들은 발언할 권리가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