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면역세포는 신생아 상태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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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연구진 생애주기별 세포독성 T세포 분석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노인은 성인보다는 신생아와 유전적으로 비슷한 면역세포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연령층에 따른 면역세포에 대한 이해를 높여 향후 인플루엔자 등 백신과 치료제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연구 성과다.
노인 면역세포, 바이러스 인식 성능 떨어져
연령층 맞는 백신·치료제 개발 단초 제공
호주 도허티연구소 연구진은 세포독성 T세포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노인과 신생아의 세포독성 T세포가 유사하다는 내용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면역학' 9월 25일자에 발표했다. 감염·면역학 연구에 특화된 도허티연구소는 세포독성 T세포 매개 면역을 발견한 공로로 199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호주 면역학자 피터 도허티의 이름을 따 세워진 기관이다.세포독성 T세포는 바이러스 등 외부 항원에 감염된 인체 세포를 인식해 제거하는 등 면역체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신생아 154명, 어린이 30명, 성인과 노인 360명을 대상으로 세포독성 T세포에 발현되는 당단백질인 CD8+의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어린이와 성인이 가지고 있는 성능 좋은 세포독성 T세포가 노년기에 들어서면 사라지고 새로운 세포로 대체된다고 밝혔다. 노인의 새로운 면역세포는 마치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방법을 새롭게 배워야 하는 신생아의 면역세포와 유전적으로 유사했다.
연구를 주도한 캐롤라인 반더샌트 도허티연구소 박사는 "다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인식하는 능력은 크게 떨어졌다"며 "마치 돋보기가 필요한듯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다시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방법을 배울 수는 있지만 효율적으로 기능을 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그간 세포독성 T세포의 성능은 평생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생애주기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이는 연령층에 따라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생애주기에 따른 세포독성 T세포의 발달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백신과 치료제의 효능을 극대화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제임스 트라워 호주 모나시대 교수는 "인플루엔자나 코로나19 등을 포함한 많은 병원체에 대한 면역력은 분명 혈액 검사로 알 수 있는 사실 이외에 많은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캐서린 케드지에르스카 호주 멜버른대 교수는 "이번 연구로 생애주기에 따른 면역력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연령층에 따라 새로운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말했다.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9월 26일 14시 49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