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으로 K팝 주식에 투자할래요"…초등생 자녀 부모의 고민 [연계소문]

추석 때 받은 용돈, 어떤 '돌'에게 투자해 볼까?

[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K팝 인기와 함께 주목 받는 엔터주
시장 확장에 따른 사업 다각화 모색
4·5세대 후발주자 키우기에도 전력
사진=YG엔터테인먼트
초등학교 6학년생 자녀를 둔 A(46)씨는 고민에 빠졌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딸로부터 '유망 종목에 추석 용돈을 투자해 달라'는 미션을 받았기 때문. 그는 "1년 전 딸이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같이 공부도 할 겸 계좌를 개설해줬는데 흥미를 보이더라. 용돈이 생길 때마다 필요한 금액을 제하고는 자신이 관심 있는 아이돌 소속사 위주로 투자하려고 한다. 아이돌에 대해 잘 모르는 나까지 덩달아 K팝에 대해 공부 중"이라며 웃었다.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고 있는 대학생 B(23)씨도 최근 주식을 시작했다. 자신을 '주린이'라고 수줍게 밝힌 그는 "중학생 때부터 아이돌을 좋아했다. 나름 'K팝 고인물'이라고 자부하기 때문에 관심사를 바탕으로 엔터주에 소액을 투자했다"면서 "아직 취업 전이라 명절 때마다 부모님이나 친척분들이 용돈을 주는데 어디에 더 투자할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는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잘파세대(10~20대)들은 매일같이 앱테크(애플리케이션+재테크)로 용돈을 벌고 중학생 때부터 주식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금융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데, Z세대(중·고등 및 대학)의 향후 관심 있는 금융상품 1위는 '주식 투자(25.6%)'였다.
그룹 스트레이 키즈, 뉴진스, 라이즈, 블랙핑크 /사진=각 소속사 제공
특히 K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과거 비선호주로 꼽혔던 엔터주가 각광받고 있다. 엔터주는 인적 리스크로 인한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있어 대표적인 기피 종목이었지만, 방탄소년단·블랙핑크를 필두로 폭발적인 글로벌 성장세를 보이며 인기 종목으로 바뀌었다. 아티스트의 성패에 따라 기업가치가 요동치던 때와 달리 K팝 시장의 확장에 따른 단단한 성장 기반, 아티스트 IP 활용 사업 다각화 등으로 위험도를 크게 낮췄다.
(시계방향)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CI /사진=각 사 제공
방탄소년단을 배출해낸 하이브(352820)는 레이블 인수 및 신인 개발 가속화로 방탄소년단·세븐틴 이후 후발주자 라인업 보강에 주력하고 있다. 보이그룹 중에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엔하이픈·보이넥스트도어가 활동하고 있으며, 걸그룹으로는 르세라핌·뉴진스를 선보여 글로벌 히트에 성공했다. 여기에 유니버셜뮤직그룹(UMG) 산하 레이블 게펜 레코드와 함께 내놓는 글로벌 걸그룹과 오디션 프로그램 '알 유 넥스트'를 거쳐 꾸려진 아일릿의 론칭을 예고한 상태다. 방탄소년단의 두 번째 완전체 재계약도 성사시켰다.음악 사업을 중심으로 게임·웹툰·플랫폼 등 신사업에 몰두하며 지속해서 기업 체질 개선을 이뤄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네이버의 동영상 서비스 브이라이브(V-LIVE), AI 오디오 기업 수퍼톤 등을 인수하며 아티스트 IP 활용 범위를 꾸준히 넓혔다. 현재 하이브는 공정 자산이 5조원을 넘기며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충족, 연예기획사 최초로 대기업집단 반열에 올랐다.

JYP엔터테인먼트(035900)는 내실이 강한 정통 K팝 강호다. 대표 걸그룹 트와이스와의 재계약 체결을 이뤄냈으며,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글로벌 인기는 절정을 달리고 있다. 여기에 있지·엔믹스 등 후발주자들도 꾸준히 성장하며 전 라인업이 안정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2PM 완전체 콘서트까지 개최하며 '정통 엔터'다운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특히 JYP는 엔터 문화를 선도하는 감각으로 호평받고 있다. 2018년 조직 개편을 통해 아티스트별로 제작 본부를 따로 두어 담당별로 집중 기획·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이게 바로 하이브, SM 등이 뒤따라 내세우고 있는 '멀티 레이블 시스템'이다. K팝 제작 시스템을 해외에 이식해 현지화 그룹을 만든다는 전략도 빠르게 가동해 일찌감치 일본에서 니쥬(NiziU)를 성공시켰다. 미국에서도 리퍼블릭 레코드와 손잡고 비춰(VCHA)를 론칭했다. 비춰가 프리 데뷔 싱글을 발표한 뒤인 지난 25일 JYP 주가는 전일 대비 7.3% 뛰었다. 니쥬의 뒤를 이을 일본 남자 아이돌 오디션 프로젝트에도 돌입한다.또 다른 강호인 에스엠 엔터테인먼트(SM, 041510)의 변화도 심상치 않다. 창립자인 이수만 전 대표 프로듀서가 떠난 후 'SM 3.0'을 가동해 에스파·NCT 드림 등을 컴백시키며 한층 강해진 저력을 드러냈다. 신인 라이즈의 성공으로 기세는 더 좋아졌다. 라이즈는 데뷔와 동시에 밀리언셀러(앨범 판매량 100만장 이상)에 등극, 벌써 NCT와 함께 SM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권 분쟁 후 이른바 '이수만 라인' 아티스트 이탈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그룹 위주로 성과를 올리며 우려를 불식해나가고 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YG, 122870)는 블랙핑크 후배인 베이비몬스터의 데뷔가 지연되며 아티스트 확장성은 다소 떨어지는 듯하지만 기존 IP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악뮤(AKMU)가 음원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선방하고 있고, 2020년 데뷔한 트레저도 올해 처음으로 밀리언셀러에 등극하는 등 글로벌 인기에 불이 붙었다. 연말에는 단독 콘서트로 약 1만50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KSPO DOME(올림픽체조경기장)에 입성한다. 다만 블랙핑크 재계약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 일부 멤버가 이적할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완전체 활동은 별도의 계약을 통해 유지할 가능성이 있어 최종 협의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