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달러화 도입·중앙은행 폐쇄 공약' 국내외서 논란 가열

'깜짝 1위' 극우 밀레이 후보, 인플레 대응·경제안정 공약으로 제시
대법원장 "달러화는 위헌"…외국서도 "미친짓, 마피아영화 같은 공약"
"돈을 무분별하게 찍어내는 중앙은행을 폭파해버리고 미국 달러를 정식 통화로 사용하겠다"
지난 8월 아르헨티나 대통령선거 예비선거(PASO)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한 극우 성향 '괴짜'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의 경제 관련 대선 공약이 국내·외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밀레이 후보는 고공행진 하는 물가상승률(연 124%)을 잡고 경제를 안정화하기 위해 돈을 찍어내는 중앙은행을 폐쇄하고, 아르헨티나 공식 화폐인 페소화 대신 미국 달러를 공식 화폐로 사용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르헨티나의 저명한 경제학자 200여명은 최근 성명을 내고 현재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와 중앙은행 외화보유고를 고려하면 실현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오라시오 로사티 대법원장은 최근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지화폐를 없애고 미국 달러를 공식 화폐로 사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로사티 대법원장은 "대선후보들은 헌법을 읽어봐야 한다.

이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헌법에 나오는 것"이라면서 "아르헨티나에서 발행되는 통화가 있어야 하고 다른 나라 통화 가치를 규제할 수 없다. (달러화) 환상은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에는 헌법재판소가 없고 대법원이 그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로사티 대법원장의 발언은 영향력이 작지 않다.

아르헨티나 매체 이프로페시오날도 분석 기사에서 아르헨티나 헌법 제75조 6항에 "국회는 국립은행과 통화발행 권한을 가진 연방은행을 설립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고, 그 연방은행은 현재 중앙은행이기 때문에 사실상 밀레이 후보의 중앙은행 폐쇄는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유일한 방법은 개헌을 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선 개헌 위원들을 선출해서 이 조항을 변경하고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아직 달러화 도입에 대해선 반대 여론이 높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이 매체의 지적이다.

야당연합 파트리시아 불리치 후보의 경제부 장관으로 내정된 카를로스 멜코니안 경제학자는 "1990년대 태환정책 때(1페소=1달러 페그제) 중앙은행의 양적완화가 없었음에도 각 지자체에서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해 무분별하게 각종 공채를 발행했으며, 이들은 현찰과 똑같이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유발 책임을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각종 공채 발행 남발로 돌리며 밀레이 후보의 중앙은행 폐쇄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이 공약은 외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 출신인 장하준 런던대 경제학 교수도, 지난 5월 아르헨티나 방문 시 달러화에 대해 거시정책 중 하나인 통화정책을 포기하고 미국 경제정책에 의존하는 것으로 '미친 짓(INSANE)'이라고 비판했었다.

이반 웨르닝 미 MIT 경제학자는 달러가 없는 상태에서 달러화를 주장하는 건 '마피아 영화' 같다고 비난하면서 그 전에 페소화의 대규모 평가절하와 경제침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제금융연구소(IIF)의 로빈 브룩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르헨티나 일간지 라나시온과의 인터뷰에서 달러화는 "(경제 위기) 해결책을 대해 논의하기를 피하기 위한 '방해(distraction)'이며 '연막'"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에콰도르의 달러화가 성공적이었다는 말들을 하는데, 에콰도르는 지속적인 저경제성장과 초강세 미국 달러에 갇혀있었다"며 아르헨티나는 달러화로 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밀레이 후보는 예비선거 이후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근소한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