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만 구독자 비결은 댄서들 '케미'…K댄스 도약 시작"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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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욱 원밀리언 대표 인터뷰"댄서들한테는 대기업이라고 조롱받고, 진짜 대기업들이 보기엔 또 전혀 아니고. 저희는 항상 중간에 끼어있었거든요. 댄스업계 파이오니어(Pioneer·개척자)로서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대신 제대로 증명해보여야죠."국내 최대 댄스 레이블 원밀리언의 공동창업자 윤여욱 공동대표(사진)는 27일 한경 긱스(Geeks)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원밀리언은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우먼파이터2'에 소속 댄서들이 출연해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회사다. 100명의 댄서들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준비해 '올림픽 개막식에 올릴만한 퀄리티'라는 찬사를 받았다. 스우파2에서 보여지는 원밀리언 크루의 모습 뒤엔 댄스 아카데미, 댄스 콘텐츠 제작, 댄서 매니지먼트 등 사업을 탄탄하게 쌓아올린 댄스콘텐츠 기업 원밀리언이 있다. 윤 대표는 스우파2에 크루 리더로 참가 중인 김혜랑 공동대표(댄서명 리아킴)과 함께 원밀리언을 2014년 창업했다. 원밀리언 유튜브 구독자는 2620만명, 누적 조회수는 79억회에 달한다. 전체 산업계 시각으로 봤을 때는 아직 스타트업이지만, 댄스계에서는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원밀리언 소속 댄서는 50여 명. 댄서들과 전속 계약서를 쓰기 시작한 것도 업계에서 원밀리언이 최초다.
댄스교육, 콘텐츠 제작에 댄서 육성도
K댄스업계 시스템 정립 선도
"대중에 긍정적 에너지 전파하겠다"
"우리 댄서들 자랑하려면 저희 밤새야 됩니다." 소속 댄서들을 자랑해달라고 요청하자 윤 대표는 이렇게 반응했다. 두 명만 꼽아 소개해달라고 하자 유명 안무가 백구영과 '스트릿댄스걸스파이터'에서 주목받은 댄서 하리무를 언급했다. "백구영은 밸런스가 가장 좋은 친구라고 생각해요. 예술적인 감각과 대중적으로 트렌드를 찾아내는 감각, 또 춤에 대한 진정성. 모든 균형 감각이 좋아요." 현재 스우파2에서 원밀리언 크루 부리더를 맡고 있는 댄서 하리무에 대해선 "말 그대로 '물건'"이라고 했다. "이 친구는 대단하죠. 아직 어린데 앞으로가 정말 기대되는 친구예요. 신체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생각이 굉장히 성숙한 친구입니다. 리더인 리아킴과는 스무살 차이가 나거든요. 그럼에도 부리더를 하게된 건 전략적인 선택이었어요." 그는 대중과의 접점을 만드는 게 댄서들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댄서들에게 늘 말하는 게 '우스운 인형 탈을 쓰고도 춤출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댄서들이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할 때는 '집 앞 편의점에 입고갈 수 있는 옷을 입어라'고 해요. 예컨대 특정 공연 때 망사스타킹이나 엉덩이가 드러나는 옷을 입을 수는 있지만, 그게 댄서의 아이덴티티가 되면 안 되잖아요." 다음은 윤 대표와의 일문일답.
"댄서들과 '2인3각' 잘할 노하우 갖춰"
Q: 원밀리언은 보통 어떤 댄서들과 전속 계약을 맺나요.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습니까.A: 저희가 지향하는 방향은 건강하고 밝은 댄서입니다. '춤추는 애들'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쉽게 떠올리는 어두운 이미지는 사실 미디어가 만들어낸 환상이거든요. 댄서들 중엔 성실한 사람들이 많아요. 댄서들이 약해보이기 싫어서 일부러 무게잡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 저는 이렇게 말해요. '그러지 마라. 너의 진짜 모습을 보여줘라. 사람들은 너를 건강하고 멋진 댄서로 볼 거다.' 대중적인 접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댄서를 많이 발굴하려고 합니다.
Q: 댄서들을 초기부터 직접 육성해 매니지먼트하기도 합니까.
A: 지금 원밀리언에 있는 친구들이 거의 그런 식으로 육성된 친구들이에요. 지금 스우파2에 참여 중인 도희라는 댄서는 제가 처음 본 게 2013년이에요. 그 때 도희가 중3이었는데 지금은 어엿한 원밀리언 강사가 됐죠. Q: 전속 댄서들을 더 늘릴 계획이 있을까요.
A: 네. 이제 댄서 개인보다는 팀 체제로 전환시키려고 합니다. 원밀리언 안에서 팀이 자생할 수도 있고, 외부에서 이제 발생한 팀을 데려올 수도 있어요. 댄서 매니지먼트는 배우나 아이돌 회사와는 달라요. 댄서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Q: 댄서들과 전속 계약서를 쓴 건 원밀리언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A: 표준계약서 양식을 댄서 버전에 맞게 수정해 만들고 수년동안 발전시켜왔죠. 어떻게 하면 댄서들과 회사가 '2인3각'을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쌓였어요. 댄스 콘텐츠 제작도, 아카데미 사업도 결국은 사람과 춤이 중심일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좋은 댄서들을 발굴하고 키우고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에 가장 신경쓰고 있습니다.
Q: 댄서들의 IP가 K팝 아이돌이나 배우IP만큼 가치가 높아질 수 있을 거라고 보시나요.
A: K팝 아이돌이 사실은 춤과 랩을 할 수 있는 댄스 크루에 가까운 형태라는 얘기도 있거든요. 원밀리언은 댄스 크루가 중심이 된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지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콘서트, 굿즈, 또 논의되고 있는 것들이 많이 있고요. 춤은 문화 예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체육이기도 하잖아요. 비보이들은 브레이킹 종목으로 내년에 파리 올림픽에도 나가요. 춤은 예술이면서 생활체육으로도 편입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엔터테인먼트가 가진 한계성을 다른 차원으로 뛰어넘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댄스 리그 같은 걸 발전시킬 수도 있고요.
댄서들 교감에 2600만 몰렸다
Q: 원밀리언 유튜브 채널이 26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한 비결은요.A: 일단 댄스 콘텐츠는 자막이 필요 없어서 해외 팬들의 진입 장벽이 낮았고요. 그 다음은 역시 소속 댄서들이죠. 리아킴을 포함해서 댄서들 수십 명이 꾸준히 콘텐츠를 찍었는데 댄서들이 서로 교감하는 포인트를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일종의 '케미'죠. 예를 들어 리아킴이 수업을 한다고 하면 하리무가 그 수업에 들어가요. 배우는 게 아니라 공유하는 거예요. 춤을 주고받으면서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영상에 보일 때 사람들은 환호해요. 다른 영상에 있던 댄서가 여기도 있네 하면서 관계성도 찾고요. Q: 아카데미 수업을 영상으로 찍어 콘텐츠로 올리는 게 재미있습니다.
A: 댄스 수업을 보면 실제 배우는 과정은 절반 정도고 나머지 절반은 같이 놀듯이 춤추는 거예요. 작은 학원 발표회가 매 수업마다 열린다고 보시면 돼요. 그걸 영상으로 찍어 올리기 시작했던 게 유튜브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죠. 아카데미가 단순히 교육 기관이 아니라 거대한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가 된 겁니다.
Q: 아카데미 지점을 더 늘릴 생각은 없나요.
A: 아카데미는 한계가 명확해요. 한 개 지점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정해져 있고 이게 모든 댄서들이 풍족한 삶을 살도록 한다거나 댄스 문화 저변을 크게 확대시키기는 결과로 이어지긴 어렵습니다. 지점이 늘어나면 브랜딩이 흩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다만 세계 각 국가마다 상징이 될 만한 도시에 거점을 만들자는 논의는 하고 있습니다.
"춤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 되겠다"
Q: 댄스챌린지를 찍어서 SNS에 올리는 게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유행이 된 것 같습니다.A: 이전까지 춤은 장기자랑 아니면 연말 회식, 학원 발표회 때 준비해서 딱 보여주고 시연하는 형태였다면 이젠 달라졌어요. 지금은 댄스 챌린지를 찍을 때 길바닥에다 핸드폰 놓고 거기서 그냥 찍잖아요. 춤이 생활 양식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춤이 특정한 사람들만 특정한 환경에서 즐기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춤을 많이 추게된 이유는 뭘까요.
A: 예전부터 춤은 꾸준히 춰왔는데 기술이랑 디바이스가 발전하면서 증폭됐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초등학교 때 공터에서 서태지 춤 추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아마 스마트폰이 있었으면 다 찍어서 올렸을 거예요. 스마트폰과 플랫폼이 없었다면 이 정도까진 폭발력을 가지지 못했을 텐데, 바닥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던 게 어떤 포인트를 찾아서 터졌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원래 춤추고 놀고 먹고 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게 스마트폰 보급으로 본격적인 흐름을 타지 않았을까요. 너무 '국뽕'인가요? 하하.
Q: 그럼 앞으로 댄스 시장은 더 커질까요?
A: K컨텐츠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K댄스가 많은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봐요. K컨텐츠, 즉 한류 시장 전체에서 춤이 접근 가능한 영역이 어디까지 있을까 생각해보면 굉장히 할 수 있는 게 많거든요. 예를 들어 좀비 영화를 찍을 때도 안무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BTS 치약 광고도 리아킴이 안무를 짰거든요. 전체 한류의 10%에 댄스가 접근할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 10%에서 5% 정도의 점유율만 확보 해도 충분히 우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거죠. Q: 처음 리아킴과 창업할 때부터 여기까지 구상을 했나요.
A: 사업화를 본격적으로 고민한 시점에서는 했어요. 처음 동호회 같은 느낌의 연습실을 꾸렸다가 사업화를 제대로 해야하나 고민했던 때가 있었거든요. 사실 지금도 저희가 생각하는 완성 단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아직도 시작 단계예요. 춤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없잖아요. 코카콜라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이 딱 이름만 딱 얘기하면 알 수 있는, 춤 하면 바로 떠오르는 글로벌 브랜드를 꼭 만들고 싶어요. Q: 롤모델로 삼고 싶은 기업이나 브랜드가 있을까요.
A: 파타고니아의 진정성을 닮고 싶어요. 원밀리언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회사가 되고 싶거든요. 춤 장르 중에 크럼프라는 장르가 있어요. 모두가 한 점을 바라보고 분노를 표출하는 춤이에요. 미국에서 시작됐는데 지역사회에서 흑인들이 받은 억압과 차별을 춤으로 풀어내는 거예요. 그래서 춤 자체는 굉장히 과격해요. 하지만 그 의미는 '딴 데가서 안 좋게 풀지말고 춤으로 긍정적으로 풀어내라'는 거죠. 춤이 좋은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전파하는 회사, 사회와 같이 생상하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