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줄도산' 현실화하나…15일 효력 잃는 워크아웃법

기촉법 10월 15일 효력 상실할듯

'낙인효과' 뚜렷한 법정관리와 달리
워크아웃은 신속한 정상화 가능
"혼란 최소화하고 상시화 논의해야"
부산항. 뉴스1
'기업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일몰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다. 연장 여부를 논의해야 할 국회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을 놓고 극심한 정쟁에 휘말린 상태다.

2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3년 연속 이자도 못 갚은 ‘한계기업’은 작년 말 기준 3903개로 집계됐다. 이자를 못 갚는 상태가 7년 연속 지속되는 만성 한계기업은 903개였다. 한은은 “재무 건전성과 자산 규모, 산업 특성을 검토해 구조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하지만 앞으로 구조조정은 더 쉽지 않아진다. 회생 의지가 있는 기업들을 신속하게 살릴 수 있는 워크아웃의 근거가 사라지면서다. 워크아웃의 법적 근거인 기촉법은 오는 15일 일몰을 앞두고 있다. 일몰이 되면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기촉법은 우리나라 회생절차(법정관리)와 함께 구조조정 제도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법정관리를 통하면 공평한 손실부담이 가능하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걸릴 뿐더러 상대방이 수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 신용장(LC) 거래 중단으로 수출기업의 자금줄이 막히는 등 ‘낙인효과’도 뚜렷하다는 평가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면 워크아웃을 통하면 일시적인 위기에 빠진 기업이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다.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 만기 연장과 자금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어서다. 절차가 외부에 잘 공개되지도 않아 낙인효과도 적다. '망할 게 뻔한' 회사여서 손실부담 배분이 중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워크아웃을 거치는 게 채권자 입장에서도 유리한 것이다.워크아웃의 장점은 통계를 통해 명확히 나타난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워크아웃 또는 회생을 신청한 245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법정관리를 받은 기업은 절차가 종결된 이후 폐업하거나 파산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워크아웃을 졸업한 기업들은 모두 현재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활발하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최근 6년간 은행권 신규자금지원은 워크아웃이 1594억원으로 회생(58억원)에 비해 훨씬 컸다. 워크아웃 기업은 이를 기반으로 신청 3년 이후 평균적으로 0.9%의 영업이익률을 냈다. 반면 회생 절차를 밟은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71.9%로 손실 폭이 컸다.

걸리는 시간에도 큰 차이가 난다. 워크아웃 기업의 정상화 기간은 평균 3년6개월으로 나타났지만 회생계획안의 변제기간은 통상 10년에 달했다.기촉법 시한을 연장하는 법안은 아직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몇달 전 논의 과정에서 일부 의원이 신중론을 꺼냈지만, 결국 일몰 전에 처리될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여야 대치가 더 극심해진 탓에 일몰 전 정무위 전체회의,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까지 통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기촉법 일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2001년 한시법 형태로 제정됐기 때문이다. 2018년 6월에도 일몰되면서 잠시 공백 상황이 벌어졌다. 유사한 위기 상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뻔한 위기상황이 매번 반복되고 있다"며 "상시화 등을 통해 해결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