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벌려고 테마주 가득 샀어요"…상장 앞두고 '들썩' [신민경의 테마록]

'하반기 대어' 두산로보틱스 내달 5일 상장
"수급 이동 걱정" vs "호재" 주주들 토론 치열
사진=게티이미지크
테마주는 칼날과 같습니다. 잘 다루면 짭짤한 수익을 얻지만 잘못 편승했다간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죠. 하지만 한 번이라도 테마주의 단 맛을 본 사람은 쉽게 잊질 못하는데요.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주가가 크게 뛰기 때문입니다. 주식시장의 감초 같은 테마주들을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두산로보틱스가 성공적으로 코스피 데뷔하면 로봇주에 호재인 것 맞죠?"

"재료 소멸로 오히려 조정 받을 것 같은데요. 기존 관련주들 어찌해야 할지 정말 갈림길이네요."최근 들어 로봇주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수시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주된 토론 주제는 두산로보틱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로봇주 흐름이다. 로봇시장 대장주를 점찍은 두산로보틱스로 수급이 옮겨붙으면서 기존 로봇기업들의 주가가 줄줄이 조정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쏟아지는 것. 전문가들은 이 우려가 단순한 기우는 아니라면서 주가가 많이 올랐던 종목들은 일부 처분해 비중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는 두산로보틱스는 다음 달 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2015년 설립된 이 회사는 두산 계열의 로봇 제조사다. 협동로봇 사업을 주축으로 하지만 최근 서빙·물류로봇을 추가 수익원으로 확보했다. 사족보행로봇의 기술 고도화를 통해 길게는 이족보행로봇까지 모든 로봇 플랫폼을 아우르겠다는 게 이 회사 목표다.

두산로보틱스는 앞선 21~22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증거금 33조1093억원을 끌어모으며 올 들어 최대 기록을 세웠다. 투자자 총 150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청약 주식 수 기준 25억4687만120주가 몰려 경쟁률 524.05대 1을 기록했다.
사진=두산로보틱스
지난 15일까지 닷새 동안 진행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는 기관 총 1920곳이 참여해 27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공모가는 희망범위 최상단인 2만6000원으로 확정됐다.

올 들어 기존 로봇 관련주들과 두산로보틱스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두산로보틱스는 로봇주 투자심리가 한껏 개선된 가운데 IPO 절차를 진행하면서 수혜를 봤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기존 로봇주들도 두산 계열사의 상장 기대감에 힘입어 크게 올랐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은 로봇 섹터 최강자라는 매력적인 대체 투자처가 생기는 만큼 수급 이동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주주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네이버 종목토론방 등에서 '두산이 상장식 성공적으로 잘 치를 경우엔 다른 로봇주들도 결국 오르게 돼 있다. 섣불리 빼기보다는 꾸준히 들고가는 게 맞다', '두산로보틱스 상장날 용돈 벌려고 27일에 로봇주들 가득 샀다', '팀킬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다음 주 재료 소멸로 기존 로봇주 하락할 것 같아서 미리 상당부분 매도했다' 등 의견을 남기며 치열한 토론을 벌이는 중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기존 로봇주 단기 조정이 예상된다며 미리 비중 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 담당 고위 임원은 로봇주가 이른바 '순환참조의 오류'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수치로 입증되는 게 없는 가운데 주가가 계속 오르면서 기업가치를 서로의 높아진 밸류에이션에 견줘 판단하게 되는 상황이 됐다"며 "중장기 실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두산로보틱스가 청약에서 흥행몰이를 한 것도 결국 로봇주들의 상승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순환참조의 고리는 한 번 끊기면 대비 없이 급락에 맞닥뜨릴 수 있다"며 "상장날 두산로보틱스가 공모가의 400%까지 상장하는 따따블에 성공할 경우 일시적으로 관련주도 오를 수 있지만, 다음 날부터는 주의해야 할 구간이라 생각된다"고 밝혔다.

김두현 하나증권 연구원도 "두산로보틱스 상장일을 전후로 주가 흐름이 부진한 방향으로 확 바뀔 것이라고 본다"며 "금리 상승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는 분야가 로봇과 인공지능(AI) 산업인 만큼 5일 상장일부터는 로봇주 비중을 줄여나가는 게 맞다"고 했다. 기존 로봇주 주주들의 경우 오는 5일 일부 차익실현을 한 뒤 재진입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