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전 부치고 남은 골칫덩이였는데…'귀한 몸'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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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바이오항공·선박유 사용 의무화추석 명절 튀김과 전을 만들고 남은 ‘골칫덩이’ 폐식용유가 앞으로 ‘귀한 몸’이 될 전망이다. 폐식용유와 생활폐기물 등을 원료로 만든 친환경 항공유와 선박유가 탄소중립의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하면서다. 정유업계부터 항공사까지 폐식용유 등 친환경 기름을 활용해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폐식용유, 바이어유 개발의 필수요소
정유·석유화학사 폐식용유 확보 총력
3일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배출되는 폐식용유는 연 25만t 정도로 추정된다. 이 중 20만t은 공장과 식당 등 사업체에서 5만t은 가정에서 나온다. 하수구에 버려져 환경오염을 부추기는 폐식용유가 최근 바이오 연료의 핵심원료로 각광받고 있다. 바이오연료란 폐식용유에서 추출한 바이오 디젤과 일반 선박·항공유를 섞은 것이다. 기존 연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20% 정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폐식용유를 활용하면 별도로 사탕수수나 곡물로부터 기름을 짜내는 과정이 필요없어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국내 항공사와 조선·해운사는 이달 들어 폐식용유를 넣은 배와 비행기를 운항을 시작했다. 지난 5일 바이오 항공유(SAF)가 국내 항공기 중 대한항공 화물기에 최초로 급유됐다. 앞으로 석 달 간 인천과 미국 LA를 오가는 화물기에 급유해 시범운항 될 예정이다. 열흘 뒤에는 폐식용유로 만든 바이오 선박유를 넣은 컨테이너선이 국내 처음으로 국제노선 시험 운항에 나선 것이다. GS칼텍스와 HMM이 부산신항에서 총 500t의 바이오 선박유를 넣은 ‘HMM타코마호’가 출항해 부산~싱가포르~인도~남미 노선을 운항한다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이렇게 기업들이 발 빠르게 폐식용유를 활용하는 건 ‘탄소중립’과 이어진다. 국내외 정부 할 것 없이 친환경 원료 의무화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이 ‘수송부문 에너지 사용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 지침을 2030년까지 28%로 상향한 데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모든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기로 결정했다.현재 국내에서 폐식용유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곳은 DS단석이다. DS단석은 ‘HMM타코마호’의 바이오 선박유에 필요한 폐식용유를 공급한 업체이기도 하다. DS단석은 국내에 들어온 글로벌 패스트푸드 업체 2곳과 유통업계 1곳 그리고 공공기관 등에서 만 연 3600t가량의 폐식용유를 확보하고 있다. 연간 수거하는 폐식용유 총량은 소상공인들로부터 공급받는 분량까지 약 14만t에 이른다. 회사는 이렇게 확보한 폐식용유로 선박용 바이오디젤을 혼합해 만들고 있다.
10년 넘게 폐식용유는 중소기업들을 사업 분야였지만 올해 들어 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바이오원료를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폐식용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롯데제과로부터 마가린 제조 과정과 단체급식소에서 발생한 폐식용유를 공급받기로 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대산공장 내에 연산 13만t 규모의 차세대 폐식용유 기반의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을 건설에 나서고 있다. 효성티앤씨도 2021년 말 바이오 연료 주원료인 팜오일과 폐식용유 수입업을 시작했다.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원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앞으로 폐식용유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무엇보다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망이 중요해 선제적인 파트너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미선 기자 mis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