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중고가 300만원? 당했네…"현대차는 낫겠지" 기대감↑ [배성수의 다다IT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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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수의 다다IT선 136회"BMW 5시리즈 중고차를 200만원에 살 수 있다는 온라인 홍보 글을 믿고 갔는데 결국 허위 매물을 당했습니다."
현대차·기아, 10월 중순부터 중고차 사업 개시
2019년부터 생계형 적합 업종 만료
자체 온라인 플랫폼 통해 '인증 중고차' 거래
주행이력 5년, 주행 거리 10만㎞ 미만 대상
"보다 유연한 태도로 중고차 시장 자정작용 필요"
대표적인 레몬마켓(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저품질 재화만 거래되는 시장)으로 꼽히는 국내 중고차 시장이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이달 중순부터 현대자동차·기아를 시작으로 대기업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사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무법천지'란 오명을 받았던 중고차 시장이 신뢰성을 갖춘 대기업의 진출로 자정 작용이 일어날지에 주목된다.
현대차그룹, 10월 중순부터 중고차 매매업 개시
그간 국내 완성차 업체는 연간 30조~40조원에 이르는 중고차 시장에 진입할 수 없었다. 중고차 매매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진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 20여 곳이 이미 직접 인증한 중고차를 팔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중고차 시장을 바라만 봐야 했던 이유다.상황은 2019년부터 바뀌었다.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중고차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 중 80%는 '허위·미끼 매물이 중고차 시장의 문제'라고 답했다. 이 외에도 '중고차 업체의 차량 성능·상태 점검 기록부를 신뢰할 수 없다' '중고차 가격 정보가 불투명하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결국 중고차 매매업은 생계형 적합 업종에서 2019년 만료가 됐고 지난해 지정 해지가 최종 결정됐다. 현대차·기아는 중고차 시장에서 기존 매매 상사와 온라인 중개플랫폼 업체가 하던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정부 권고에 따라 주행 이력 5년, 주행 거리 10만㎞ 미만의 자사 차량에만 200여개 항목의 품질검사를 통과한 차량만 선별해 ‘인증 중고차’로 판매한다.현대차그룹의 매입단지는 양산과 용인 센터 등에서 운영된다. 판매는 당분간 온라인으로 운영된다. 현대차그룹은 매입은 기존 신차 대리점을 통해 대차 물량 위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기존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이 타던 'A급 중고차'를 통해 양질의 중고차 확보에도 주력한다. 이와 함께 대형 상품화센터를 통해 자체적으로 200여개의 항목의 품질검사와 상품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부터는 소비자들이 현대차그룹의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인증 중고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소비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중고차를 계약하면 현대차그룹 매입단지인 오토허브를 통해 차량이 탁송 배송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중고차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가칭 중고차 통합정보포털도 운영키로 했다.
"중고차 사업 개시 업체에 보다 유연한 태도 필요"
현대차그룹은 기존 중고차 업계와의 상생에도 나선다. 현대차는 내년 4월까지 중고차 시장 점유율을 2.9% 이내로, 2025년 4월까지 4.1%를 유지할 계획이다. 기아 역시 내년 4월까지 2.1%, 2025년 2.9%를 넘기지 않을 계획이다. 개인 소비자의 차량 구매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현대캐피탈을 통해 할부금융 등 다양한 구매 편의 조건도 제공할 계획이다.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두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허위 매물부터 강매, 성능 사기 등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을 시작으로 KG모빌리티 등 다른 완성차 업체까지 중고차 사업이 가동되면 전반적인 유통 시장이 기존보다는 투명해질 것이란 기대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소비자 기대 수준에 미치는 자정작용이 일어나긴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중고차 시장 점유율이 2025년이 돼서도 고작 7%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중고차 시장에 이미 중고차 거래 플랫폼, 렌터카 회사 등이 속속히 진출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에 바뀐 것은 크게 없다"며 "정부가 중고차 사업을 개시하려는 대기업에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여줘야 중고차 시장에서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