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코오롱이 서로 품으려던 회사…어쩌다 몰락했나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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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코오롱 경영분쟁 벌인 회사2014년 11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여기에 당시 타계한 고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됐다.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과 그의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은 이틀 연속 이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재계 인사 가운데 두 차례나 빈소를 방문한 것은 두 사람이 유일했다. 이 같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효성그룹과 코오롱그룹 오너일가 관계는 끈끈하다.
나일론 원료 생산한 카프로
이달부터 워크아웃 절차 밟아
회사 전문경영인 반란 일으키기도
효성·코오롱 지분매각 눈치게임도
하지만 한때 두 그룹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기도 했다.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나일론 원료) 생산업체인 카프로를 놓고 두 회사는 검찰 고발까지 불사했다. 그렇게 갈등의 불씨가 됐던 카프로가 휘청이고 있다.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워크아웃)를 신청하고 매각 작업도 추진 중이다.29일 업계에 따르면 카프로는 지난 21일부터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다. 관리기간은 오는 12월 21일까지다.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이다. 카프로는 차입금 상환 부담을 해소하고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만 21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그만큼 재무구조도 나날이 나빠졌다. 지난 6월 말 부채비율이 38963%로 치솟았고, 차입금만 1875억원에 이른다.
1965년 국영기업으로 출범한 카프로는 1974년 상장하는 과정에서 효성과 코오롱이 각각 지분 20.0%, 19.2%를 확보했다. 나일론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서다. 카프로 실적도 좋은데다 지분이 엇비슷했던 만큼 효성과 코오롱의 신경전도 이어졌다.코오롱은 1996년 효성이 직원의 차명계좌 등을 동원해 카프로 지분율을 57.6%까지 확대했다고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른다. 그 후 여론전을 이어가다가 양사는 합의를 통해 카프로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법정 공방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카프로 지분 확대를 상호 경계하며 갈등이 이어졌다. 카프로의 실적이 나빠지면서 두 회사의 갈등은 해소됐다. 저렴한 중국산 카프로락탐 제품에 밀려 카프로는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이 와중에 효성 등이 카프로에 파견한 전문경영인(대표이사)이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카프로 최대 주주였던 효성은 2017년 3월 카프로 대표이사 재신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효성은 당시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온 카프로 대표이사 재선임 안건을 반대표를 행사했다. 하지만 당시 대표이사가 이에 불복해 개인투자자들을 규합해 표 대결에 나섰다. 결국 대표이사 재선임 안건은 통과됐다.
카프로는 이처럼 경영 활동이 어려움을 겪는 데다 전략적 가치마저 상실됐다.
그러자 두 회사는 카프로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하기 시작했다. 코오롱그룹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카프로 지분 9.56%를 보유 중이다. 효성그룹 계열사인 효성티앤씨는 올들어 보유한 카프로 지분 71억원어치를 전량 매각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