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의 계절'이라지만...너무 많은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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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등2년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 축제를 뜻하는 비엔날레가 올 하반기에만 국내에서 9개나 열린다. ‘난립’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미디어아트·건축·타이포그래피(서울), 공예(청주), 사진(대구), 디자인(광주), 바다(부산) 등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려 안간힘을 쓰지만, 미술계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하반기 미술 비엔날레만 전국 9곳
"비엔날레 난립" 비판도
올해 하반기 비엔날레 중 ‘대장’격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다. 올해 서울시립미술관을 비롯한 서울 각지에서 11월 19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광주비엔날레·부산비엔날레와 함께 ‘한국 3대 비엔날레’로 꼽힌다. 이번 주제는 ‘이것 역시 지도’. 예술감독을 맡은 네덜란드 출신의 전시기획자 레이첼 레이크스는 “이주와 이동, 디아스포라와 이로 인해 생겨난 갖가지 경계 등을 새롭게 인식해 보자는 뜻”이라며 “서구중심주의 세계관 밖에 있는 네트워크와 정체성 등을 소개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기존에는 미디어아트를 주로 소개했지만, 올해 행사에서는 대형 설치작업과 회화 작업이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시립미술관 건물 앞 설치된 이끼바위쿠르르의 설치 작업 ‘땅탑’, 전시 공간 전체를 격자무늬로 꾸민 찬나 호르비츠의 설치작품 ‘오렌지 그리드’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미술계 일각에서는 “특색 없는 흔한 현대미술 비엔날레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시 주제 및 작품이 서울과 별 관련이 없다는 불만도 있다. 미술계의 한 인사는 “서구중심주의 비판, 디아스포라 등은 현대미술에서 너무 흔한 주제인 데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 대부분은 서울과 특별한 관련도 없어 보인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청주공예비엔날레 역시 ‘지도’를 핵심 주제로 잡았다. 청주 문화제조창과 시내 일원에서 열리는 올해 행사는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를 주제로 10월 15일까지 열린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물’을 주제로 목포 문화예술회관 등 시내 일원과 진도의 운림산방 등에서 9월1일~10월31일, ‘디자인을 만나다’를 주제로 열리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광주디자인진흥원 주관으로 9월7일~11월7일 비엔날레 전시관 등 광주시내 일원에서, ‘다시 사진으로’라는 제목을 내세운 대구사진비엔날레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을 중심으로 9월22일부터 11월5일까지 열린다.미술계 평가는 어떨까. 국제적인 비엔날레 전시감독을 지냈던 한 인사는 “각 지역의 로컬 전시라고 생각하면 모두 나쁘지 않은 수준이지만, 비엔날레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엔날레는 일반적인 전시와 달리 새로운 미술 담론을 개척하고 개최 국가나 지역의 미술 및 작가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 비엔날레 가운데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줄만한 행사는 보이지 않고 수준도 다른 지역에서 찾아올 정도로 높지도 않다”고 했다.
미술계에서 ‘비엔날레 무용론’이 나온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보여주기식 전시로 변질됐다”, 연간 총 수십억원에 달하는 국고 지원금이 아깝다는 비판도 수없이 많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비엔날레와 트리엔날레(3년마다 열리는 국제미술전)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공공 조직 및 행사의 특성상 만들기보다 없애기가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요즘 비엔날레는 개최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지만, 좁은 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비엔날레가 열리는 건 확실히 과하다”고 말했다. 아래는 올 하반기에 열리는 비엔날레 목록.
올해 하반기 열리는 비엔날레 기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9월21일~11월19일)청주공예비엔날레 (9월1일~10월15일)
광주디자인비엔날레 (9월7일~11월7일)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9월1일~ 10월31일)
대구사진비엔날레(9월22일~11월5일)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9월22일~10월 22일)
국제타이포그래피비엔날레(9월 19일~10월14일)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9월1일~10월29일)
바다미술제(10월14일~11월19일)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