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공짜 '강아지 약수터' 만들었더니…놀라운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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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댕댕이와 커피 한 잔"저가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인 감성커피는 전국 매장 곳곳에서 반려동물 전용 정수기와 컵을 비치한 '강아지 약수터‘를 운영한다. 비용은 없다.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뿐 아니라 음료를 구매하지 않는 사람들도 함께 산책 나온 반려동물이 있으면 물을 먹일 수 있다. 이 프랜차이즈가 돈 안되는 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워낙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30여개 매장에서 시작한 강아지 약수터는 잠재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내면서 점주들의 요청이 늘어 올해까지 약 100여 개 매장으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펫팸족 공략하는 카페 프랜차이즈
커피업계 반려동물 서비스 잇단 도입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강아지 약수터 서비스를 하는 한 점주는 “지나가다 반려동물 목을 축이고 간 손님들이 나중에 대부분 한 번씩은 카페에 들른다”며 “이 서비스 덕분에 카페 홍보도 되고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최근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반려동물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일부 카페는 키우는 펫을 등록하는 고객에게 무료로 음료를 주기도 한다. ‘펫팸족’(Pet+Family·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관련 서비스를 도입하고 반려동물에 친화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려는 것이다.
30일 카페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 커피빈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등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최근 고객이 반려견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매장에 ‘펫존’을 설치하고 강아지용 MD(마케팅용 제품)를 출시하는 등 펫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더북한강R점’을 운영 중이다. 점포 야외에는 고객이 반려동물과 이용할 수 있는 약 330㎡(100평) 규모의 ‘펫 파크’가 조성됐다. 반려동물을 테마로 한 공간이 마련된 매장은 스타벅스 더북한강R점이 국내 최초라고 스타벅스코리아는 설명했다. 이 지점에서는 반려견이 그릇으로 이용할 수 있는 머그 형태의 ‘패밀리 볼 세트’와 반려 용품을 담을 수 있는 ‘패밀리 가방 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경기 구리에도 국내 첫 ‘펫 동반 카페’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앞서 할리스커피는 제주도에 야외 ‘펫 프렌들리존’(반려동물 친화구역)을 겸비한 ‘제주연북로점’을 열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대형 의자가 있고, 별도 키오스크를 설치해 반려동물과 놀면서 메뉴를 주문할 수 있게 했다. 이 매장이 펫 고객 유인에 효과를 내면서 지난 2월에는 서울 마포 직영점 ‘연트럴파크점’에도 1층 외부에 반려견과 공원을 산책하는 소비자가 매장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펫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 이밖에 공덕경의선숲길점, 부산달맞이점 등 총 4군데서 펫 전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커피빈은 아예 반려동물 가족들에게 무료 음료 쿠폰을 줬다. 커피빈은 자사 앱(애플리케이션)에 펫을 등록한 고객이 정해진 횟수 만큼 스탬프를 적립하면 아메리카노 한 잔 쿠폰을 증정하는 식이다. ‘펫시백’ 서비스도 출시했다. 펫을 등록하고 펫시백 서비스에 가입하면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 누적된 퍼플펫 스탬프 갯수 만큼 1개당 100원으로 환산해 익월 15일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서비스다. 한달 동안 스탬프를 10개 찍었다면 다음달 1000원을 돌려받는 식이다. 이 서비스 혜택은 내년 5월 말까지 제공된다.
이처럼 커피전문점들이 반려동물 고객 모시기에 혈안인 이유는 관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KB금융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는 552만 가구, 인구는 1262만 명으로 집계됐다. 네 명 중 한 명꼴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이 중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은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71.4%인 394만 가구, 900만 명이 넘는다. 카페업계 관계자는 “카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려는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특히 펫팸족 증가세가 가팔라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를 도입하면 매출이 느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