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연주 해촉 집행정지 신청 각하…"본안소송도 부적법"(종합2보)

"해촉은 계약해지 의사표시로 소송 대상인 행정처분 아냐"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해촉 처분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각하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송각엽 부장판사)는 27일 정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촉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해촉 통지는 윤 대통령이 대등한 당사자의 지위에서 한 계약 해지 의사 표시일 뿐 우월한 지위에서 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전임 정부에서도 전 방심위 위원에 대해 별도의 청문절차를 실시하지 않고 인사발령 통지로 해촉했으나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고 판시했다. 비록 방통위법상 방심위 위원의 직무에 고도의 공공성·공정성이 필요하고 그 지위가 일부 국가공무원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이는 방송·통신 규제라는 직무 특성에 비춰 직무상 독립과 자율성을 제도화할 필요성에 따른 것뿐이라고 판단했다.

인허가 등 방송·통신 정책과 규제를 담당하는 대통령 소속 '중앙행정기관'인 방통위와는 달리, 방심위는 '민간독립기구'이며 방심위 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고 '위촉'한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방심위를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국가행정기관이라고 판단한 2012년 헌법재판소 결정을 근거로 '행정처분'이 맞는다는 정 전 위원장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헌재 결정은 방심위의 국민에 대한 행정작용 관계에 관한 것"이라며 "방심위가 행정기관이라고 하더라도 위원회 구성이 임명이나 해임 등이 행정처분 형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처럼 해촉 통지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본안소송 자체도 부적법하므로, 집행정지 신청 역시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심위의 국고보조금 집행에 대한 회계검사를 벌인 결과 정 위원장을 포함한 수뇌부가 출퇴근 시간 등 업무 시간을 지키지 않고 업무추진비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정 전 위원장과 이 전 부위원장에 대한 해촉안을 재가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위원장은 이 전 부위원장과 함께 해촉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