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불편한 한일관계로 힘들었을것" 원폭피해자 "희망 갖게돼"(종합2보)

추석날 원폭피해자들 초청 오찬…5월 히로시마 G7정상회의때 초청약속 지켜
"모시기까지 78년, 너무 늦어 죄송…한일관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킬 것"
"숨어 살고 있었는데 자리 마련해줘서 감사하다" 눈물 보인 피해자도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인 29일 한국과 일본에 사는 원자폭탄 투하 피해자들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한 오찬 간담회의 환영사에서 "여러분을 모시기까지 7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수만 명의 한국인들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원폭 피해로 생명과 삶의 터전을 잃었다"며 "식민지 시절, 타향살이하며 입은 피해였기에 그 슬픔과 고통이 더욱 컸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오래도록 불편했던 한일 관계가 여러분의 삶을 힘들게 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며 "정부는 동포 여러분의 아픔을 다시는 외면하지 않겠다.

이번 방한이 그동안 여러분이 겪은 슬픔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찬 간담회는 윤 대통령이 4개월 전 한 약속에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일본 히로시마에서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원폭 피해 동포들을 만나 이들을 한국으로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오찬에서 당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참배한 것을 회고하며 "이역만리 타향에서 전쟁의 참화를 겪은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고,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함께 열어갈 것을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를 더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우리 동포를 잘 살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권준오 한국 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장은 간담회 답사에서 윤 대통령의 히로시마 위령비 참배를 언급하며 "78년의 한과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저희는 일본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한일관계가 좋기를 바란다"며 "저희와 저희 자손들이 이제는 과거와는 다른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고 최근의 한일관계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후 비공개 오찬에선 원폭 피해자와 가족들의 감사 인사가 이어졌다.

유영희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사무국장은 "언니 두 명과 부모님이 피해자인데도 말하지 못하고 숨어서 살고 있었다.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줘서 다시 한번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오찬 상에는 삼색전, 전통 잡채, 전복찜, 떡갈비 구이 등 추석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음식이 올랐다고 한다.

한국문화재재단 예술단이 가야금 3중주와 부채춤을 선보였으며 바리톤 김동규의 축하 공연도 펼쳐졌다.

윤 대통령은 행사장을 떠나기 전 동포들에게 "모국의 발전된 모습을 직접 체험하고 고향의 가을 정취도 즐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일본 거주 원폭 피해자·가족 42명과 한국 거주 피해자·가족 43명을 비롯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대통령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은혜 홍보수석, 김태효 안보실 1차장, 이기철 재외동포청장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