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셧다운 후폭풍…하원 의장 해임 두고 공화당 내분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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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파, "민주당과 야합" 매카시 하원 의장 해임 추진공화당이 미국 연방정부의 업무중단(셧다운)을 피하는 임시 예산안을 처리한 뒤 자중지란에 빠졌다.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민주당의 지원을 받아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키자 공화당 내 강경파가 "해당 행위"라며 매카시 의장의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대해 매카시 의장과 공화당 온건파는 "망상적 사고"라며 날을 세웠다.
온건파 "망상적 사고"…매카시 "나는 살아남을 것"
공화당 강경파를 대표하는 맷 게이츠 하원의원(플로리다)은 1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도 매카시 의장을 믿지 않고 있다"며 "이번 주중 매카시 의장을 해임하는 결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 의원은 "매카시가 하원의장으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민주당이 구제해주는 경우 뿐"이라며 "이제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이츠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에 플로리다주 하원이 된 뒤 줄곧 친(親) 트럼프 행보를 걸어왔다.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도 정부 지출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대폭 삭감하고 이민을 막기 위해 국경 강화 예산을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매카시 의장은 이같은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민주당 찬성표를 얻어 임시예산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려 한 조치였지만 공화당 강경파의 반발을 불러왔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의장인 앤디 빅스 하원의원(애리조나)은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매카시는 공화당 편에 서지 않고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임시예산안을 처리했다"며 "그가 하원의장으로 남아있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현재 하원 규정으로는 의원 한 명이라도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을 제출하면 결의안은 하원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매카시 의장이 지난 1월 15차례 표결 끝에 의장으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강경파의 지지를 얻기 위해 불신임 투표 기준을 완화해서다. 기존엔 코커스 단위 이상의 단체가 불신임 투표를 제출할 수 있었다.
다만 매카시 의장이 실제 해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해임결의안이 가결되려면 하원 전체 의원 435명 중 과반(218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공화당 강경파 의원 수는 20여명 정도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의원 대부분이 여전히 매카시 의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온건파인 마이크 롤러 하원의원(뉴욕)은 ABC 방송에서 강경파의 해임결의안 추진에 대해 "망상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매카시 의장도 해임결의안에 대해 "그건 새로운 것이 아니다"며 "나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