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게이트'로 타오른 라이더컵, 유럽이 웃었다

사진=REUTERS
미국과 유럽의 골프 자존심 대결인 라이더컵에서 올해는 유럽이 웃었다. 2일 이탈리아 로마의 마르코 시모네 골프CC(파71)에서 막을 내린 라이더컵에서 유럽이 미국을 승점 합계 16.5-11.5로 꺾고 우승했다.

라이더컵은 2년마다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열린다. 최고의 에이스로 대표팀을 구성해 대륙의 자존심을 걸고 승부를 펼친다.
이번 대회는 미국에 대한 유럽의 설욕전 성격이 강했다. 지난 2021년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열렸던 직전 대회에서 유럽은 미국에 19-9로 대패하는 굴욕을 겪었다. 여기에 '모자 게이트'가 더해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시작은 미국팀의 패트릭 캔틀레이였다. 지난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팀 로고가 달린 모자를 쓰지 않고 경기에 나선 그에 대해 영국 언론이 "대회 참가비를 주지 않는 데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캔틀레이가 "사이즈가 맞지 않아서"라고 해명했지만 유럽 관중들은 그가 경기할 때마다 모자를 흔들며 "모자는 어딨나", '공장에서 나와 함께 일해서 돈을 받자"고 야유했다.

그러자 미국팀이 맞불을 놨다. 대회 둘째날인 1일 캔틀레이가 18번홀에서 약 9m 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시키자 미국팀 선수들과 캐디들이 모자를 벗고 흔들며 환호했다. 이 과정에서 유럽팀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캔틀레이의 캐디 조 라카바가 언쟁을 벌였다. 동점을 위해 퍼팅을 준비하던 매킬로이가 라카바에게 비켜달라고 요청했는데 라카바가 이를 무시하고 계속 모자를 흔들었다는 것이다. 이 문제로 매킬로이는 주차장에서 미국측 캐디들과 충돌을 빚었고 SNS를 통해 이 장면이 고스란히 공개되기도 했다.

마지막날 미국팀은 캔틀레이를 비롯해 잰더 쇼플리, 콜린 모리카와, 저스틴 토머스까지 모자를 벗고 경기를 치렀다. 캔틀레이에 대한 무언의 지지를 표시한 셈이다. 하지만 앞서 이틀간 승점 10.5-5.5로 벌어진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싱글매치 플레이에서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 욘 람(스페인), 매킬로이가 미국 팀을 압도하며 승점 차를 더 벌렸다. 브룩스 켑카와 맥스 호마, 잰더 쇼플리가 승점을 더했지만 토미 플리트우드가 리키 파울러를 꺾으며 유럽의 우승이 확정됐다.

유럽팀 단장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는 "최고의 결말"이라며 "우리는 서로를 위해 플레이하고 성공을 함께 나누며 추억을 영원히 공유할 것"이라고 감격했다. 유럽팀의 리더 격인 매킬로이는 "2년 전 위스콘신에서 3연패를 당한 뒤 눈물을 흘리며 벤치에 앉아있었다"며 "이번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 어제 마지막 그린에서 벌어진 일이 오늘 경기를 잘 치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