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럽의 문제아' 그리스의 변신…시장친화적 개혁 통했다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디폴트 위기를 반복해온 ‘유럽의 문제아’ 그리스 경제가 법인세 인하 등 시장친화적 개혁 효과에 힘입어 되살아났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국적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는 등 유럽 국가들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작은 정부, 긴축 재정, 감세, 시장 중심의 개혁 조치 등 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 언제나 성장을 견인한다는 사실이 그리스 경제의 부활을 통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다.

그리스의 경제 체질을 바꿔놓은 것은 2019년 집권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의 과감한 개혁이었다. 그는 전 정권이 재정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밀어붙인 무상의료를 폐기하고, 90%에 달했던 연금소득 대체율도 줄였다. 공공 부문의 임금을 대폭 삭감하고, 공기업 민영화도 적극 추진했다. 감세 정책을 펼치되 일반 시민을 향한 퍼주기식 감세가 아닌, 법인세 인하 등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감세에 초점을 뒀다. 취임 직후 법인세율을 28%에서 24%로 낮췄고, 지난해 22%까지 추가 인하했다. 최저임금도 대폭 삭감했다. 구제금융 직전인 2009년과 비교하면 올해 최저임금은 28% 낮아졌다. 그 결과 줄곧 마이너스권에 머물던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은 2021년 8.4%, 지난해 5.9%로 2년 연속 유럽연합(EU) 평균(5.4%, 3.5%)을 크게 웃돌았다. 2020년 206%에 이르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최근 166%로 하락했다.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그리스의 이 같은 경제 성과를 반영해 최근 국가신용도를 상향 조정했다. 친기업·친자본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MS와 화이자가 데이터센터와 연구소를 구축하는 등 글로벌 기업의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한때 유로존을 붕괴 위기로까지 몰아간 그리스의 환골탈태라고 할 만하다.

그리스의 사례는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당장 선거 승리만 노리는 선심성 퍼주기 공약에 표를 던지는 순간 나라 살림은 거덜 나고 그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국민이 깨어 있지 않으면 결코 포퓰리즘 망령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