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바닥 탈출…"이르면 10월 수출 플러스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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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수출입 동향지난해 10월 반도체 수출액이 92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7.4% 줄었다. 반도체 불황의 시작이었다.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시황이 악화하면서 한국의 전체 수출도 감소세로 전환했다. 세계적인 수요 둔화와 재고 증가로 올 2월에는 반도체 수출이 60억달러 밑으로 주저앉기도 했다. 이랬던 반도체 수출이 지난달 99억4000만달러로 늘어나며 작년 9월(115억달러)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 경기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車·선박 등 6개 주력품목 증가
對中 수출도 올 들어 가장 많아
對美·EU 수출 9월 기준 최대
국제유가 상승은 부담 요인
대중 수출액 올 들어 최고치
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9월 수출입 통계’를 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전년 동월 대비 13.6%로 작년 10월 17.4% 후 최저였다. 올 1월 감소율이 44.5%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바닥 탈출 조짐이 뚜렷하다. 대중 무역수지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대중 수출액은 110억달러로 작년 12월 112억달러 후 최대였다. 대중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7.6% 줄긴 했지만 감소율은 작년 10월(-15.7%) 후 최저였다. 대중 무역적자(1억4000만달러)도 작년 10월 이후 가장 적었다.중국의 정보기술(IT) 경기가 일부 회복되면서 반도체와 부품 수출이 증가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 중 중국으로 향하는 비중은 약 35%에 달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수출은 전월 대비 약 5억달러 늘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PC 등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는 분위기이고, 아이폰15에 탑재되는 카메라모듈 등 무선통신 부품 수출이 늘었다”며 “메모리 반도체 감산 효과가 가시화하고 DDR5,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성능 제품 수요 확대에 따라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D램 제품의 공급초과율이 올 1, 2분기 각각 12.9%와 5%에서 3분기엔 -7.1%로 전환됐고 4분기에도 -11.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상반기 공급초과였던 D램이 하반기에는 공급부족 상태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대미 수출 14개월 만에 100억달러대
반도체 수출 업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달 자동차(9.5%), 선박(15.4%), 가전(8.5%), 디스플레이(4.2%), 철강(6.9%), 일반기계(9.8%) 등 6개 주력 품목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는 1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수출을 이끌었다. 이에 힘입어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은 각각 8.5%와 6.5% 증가한 100억4000만달러와 57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모두 9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대미 수출이 100억달러를 돌파한 건 지난해 7월(101억달러) 이후 14개월 만이다.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지난달 26억달러로 1년 전인 지난해 9월 26억6000만달러 후 최대였다. 전월(21억6000만달러)보다는 약 5억달러 증가한 수치다. 지난달 수출물량은 전년 동월 대비 0.3% 증가하며 작년 8월(8.1%) 후 처음 증가세로 돌아섰다.이에 따라 정부는 이르면 10월, 늦어도 11월에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7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공장을 방문해 “반도체 업계에서도 여러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며 “10월, 늦어도 11월에는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달엔 중국에서 아이폰15 완제품이 대거 수입될 전망이어서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산업부는 밝혔다. 국제 유가 등이 상승하는 점도 무역수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