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챔프' 유해란, 韓 우승 갈증 풀었다

LPGA 아칸소 챔피언십 제패

올해 LPGA투어 데뷔 첫승
고진영 이후 5개월 만에 '단비'
14번홀 이글 아이언샷이 압권
2일 열린 LPGA투어 월마트NW아칸소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유해란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슈퍼 루키’ 유해란(22)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5개월째 이어지던 한국 선수 우승 가뭄에 단비를 뿌렸다. 유해란은 2일(한국시간)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의 피너클CC(파71)에서 열린 LPGA투어 월마트NW아칸소 챔피언십(총상금 23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2개로 5언더파 66타를 쳐 최종합계 19언더파 194타로 우승했다. 올해 LPGA투어에 데뷔한 유해란의 투어 첫 승으로,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지난 5월 고진영(28)의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우승 후 5개월 만이다.

유해란은 준비된 챔피언이었다.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을 땄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신인왕을 차지하며 3년간 5승을 올렸다. 지난 연말에는 LPGA투어 진출 자격을 따내는 퀄리파잉 시리즈를 수석으로 합격하며 올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하지만 LPGA투어 우승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이번 대회 전까지 출전한 대회는 총 19개. 이 가운데 세 개 대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커트를 통과했고 톱10에도 다섯 번 들었다. 우승은 없었지만 꾸준한 활약으로 신인왕 레이스에서도 앞서갔다.그러면서도 우승까지 닿기에는 늘 조금 모자랐다. 유해란은 “톱10에 들었을 때 늘 후반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우승 기회를 놓친 실패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유해란은 샷과 운영 모두 무결점에 가까운 경기를 펼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일궜다. 2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유해란은 초반에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2번홀(파5)과 5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며 42개 홀 노보기 행진이 중단됐다. 그사이 김세영, 신지은, 리네아 스트룀(스웨덴) 등이 치고 올라와 수시로 선두가 바뀌는 혼전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는 “아드레날린이 과하게 나온 탓인지 아이언 거리가 너무 많이 나가서 조금 고생했다”며 “리더보드를 보며 ‘여기서 또 내 손으로 우승을 놓쳐선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후반 9홀, 유해란은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10번홀(파4) 버디를 시작으로 12번홀(파3)에서 1타를 더 줄였다. 14번홀(파5)에서는 최고의 명장면을 연출했다. 티잉 구역을 바짝 당겨 7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으로 공이 핀 1m 옆에 떨어지며 완벽한 이글을 만들어냈다.

유해란은 “우승하려면 좀 더 공격적으로 쳐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우승할 사람이라면 여기서 내 공이 죽지 않을 것이라 믿고 과감하게 플레이했다”고 털어놨다. 유해란은 16번홀(파4)과 18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번 대회는 54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치러졌다. 2라운드까지의 성적으로 예선 통과를 결정한 뒤 무빙데이 없이 단 한 번의 라운드로 순위를 매긴다. LPGA투어에서는 보기 드문 대회지만 KLPGA투어에서는 흔한 방식이다.유해란은 “한국에서 3일 대회에 참가한 경험이 많아 도움이 됐다”며 “조금 더 과감하게 플레이하자는 생각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유해란은 LPGA투어 신인상 포인트를 150점 추가하며 2위와 229점 차로 격차를 더 벌렸다. 유해란은 “올 시즌 목표가 신인왕이었다”며 “첫 우승을 했지만 여전히 신인왕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LPGA투어에서 한국인 신인왕은 2019년 이정은(27)이 마지막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