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모두 호봉제를 반대할까?

한경 CHO Insight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1990년대생이 조직의 일원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지 시간이 꽤 흘렀고, 이제는 2000년대생이 밀려오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앞다퉈 MZ세대 맞춤형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파티션을 제거하고, 자율좌석제와 거점 오피스를 도입하는 업무환경 개선과 더불어 직급을 통합·축소하고 성과-보상 연계를 강화하는 인사제도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MZ세대 특성이 자리잡고 있다. ‘일의 의미와 공정성 중시’, ‘회사와 함께 성장 지향’, ‘근무 유연성과 일과 삶의 균형 추구’, ‘조직보다 개인 니즈 중시’ 등 일상적인 패러디물부터 학계까지, 어느 매체에서나 MZ세대 직원의 특징을 말한다. MZ세대와 이전 세대 구성원간의 가치관에 차이가 있다는 공감대는 이제 널리 인식됐다.경제·사회적 상황에 따라 특정 세대가 다른 세대와 구별되는 특정한 성향을 더 드러난다. 이에 세대 별 특성을 감안하여 채용, 보상, 일하는 방식 등의 제반 인사를 운영하는 것은 상식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각종 매체와 연구자료에서 발표하는 MZ세대의 보편적인 니즈가 우리 기업의 MZ세대 구성원들이 원하는 진짜 모습인지는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A사는 연공 지향 조직문화가 짙은 국내 제조기업이다. A사는 최근 MZ세대 구성원의 조직몰입을 높이기 위해 성과에 따른 보상 차등과 승진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더불어 수평적 문화 조성을 위해 호칭을 하나로 통일하고 자율 좌석제 정착을 위한 대대적인 사무실 개편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러한 개선 활동을 벌인 지 1년 후 진행한 구성원 인터뷰에서 5년차 미만 구성원의 불만이 가득했다.

“새로 바뀐 제도가 개인 간 경쟁을 부추기는 듯합니다. 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선배들이 승진하고 나서 그 다음 기수가 승진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승진 순서가 뒤집히는 건 우리 조직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 업계는 사업 계획과 실무 모두 하향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업종인데, 호칭만 수평적으로 하라고 하니 괴리감이 있습니다”라며 오히려 기존의 질서와 문화를 옹호했다.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인사제도 혁신을 단행한 B사도 직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우리 회사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정성을 기대하고 회사에 들어왔습니다. 너무 급진적인 변화를 원하지 않습니다”와 같이 성과-보상차등 강화에 우려를 표하는 젊은 직원이 많았다.

외부에 흔히 알려진 보편적인 세대 별 특징은 다양한 계층의 구성원을 이해하는데 유용하다는 점은 틀림없다. 그러나 조직 내의 구성원의 실제 니즈는 세대별 보편적인 특성에 더해 보다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창업주부터 내려오는 고유의 조직문화, 속해 있는 산업 특성,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 특성, 개인의 가정사 등 다양한 요인이 구성원 진짜 니즈에 영향을 주며, 많은 경우 기존 인사제도 자체가 회사에 대한 개인의 기대치와 경향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우리 조직의 인사제도와 일하는 방식의 개선에 있어 그 근거는 외부가 아닌 내부가 우선해야 한다. 이에 어떤 무리에 속한 구성원인가를 떠나, 한 사람 한 사람의 느끼는 직원경험을 듣는 차원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접근이 필요하다.우선, 구성원의 진솔한 생각을 이끌어내기 위해 조직에 맞는 소통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된 환경에서만 의견을 제시하는 조직분위기가 있고, 공개적인 토론 자리에서 자유롭게 의견이 오가는 조직도 있다. 익명성 보장에 민감한 조직의 경우 익명의 설문조사와 게시판 활용이 적합하다. 소통 방식 자체에서 개인이 특정될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접속하여 익명으로 실시간 의견을 주고받는 온라인 플랫폼도 활용해볼만 하다. 반대로 활발한 피드백 및 토론 문화가 정착된 경우라면 전구성원이 함께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타운홀 미팅을 통해 논의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타운홀 미팅의 경우 공개적인 의견 수렴이 이루어진만큼 소통 이후 어떤 조치가 이루어지는지도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구성원의 공감대와 참여에 영향을 미친다.

더불어 미리 선입견이나 답을 정해두고 접근을 하지 않는지 점검할 필요도 있다. 특정 세대나 집단의 특성이 어떠할 것이다라고 사전에 규정하고 소통을 시도하다 보면 실제 이슈와 니즈 파악보다는 미리 설정한 가설을 증명하는 자리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설정한 방향에 어긋나는 견해를 무시하거나 결과가 왜곡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때로는 주요한 의견을 낼 수 있는 질문이 없어 답변을 할 수 없기도 하다. 이 때문에 구성원 인터뷰나 설문을 진행하고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주기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구성원이 조직에 느끼는 감정과 니즈는 경영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에 정기적으로 연 1~2회 시행하던 구성원 설문조사의 주기를 축소시키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구글은 일년에 한번 진행하던 구성원 설문조사(Googlegiest)를 매주 진행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몇몇 국내 주요 기업에서도 년간 단위가 아닌 수시 방식의 펄스 서베이(Pulse Survey)를 도입하며 구성원이 가진 생각을 더욱 자주 청취하고자 노력한다. 구성원들이 어떤 성향과 선호를 가지고 있는지 알기 위해 정보의 최신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조직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방향이 다수 구성원의 생각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이 신경써야 할 부분은 변화관리와 소통이다. 무엇보다 내외부 경영환경에 맞춰 접근하는 회사의 방향을 이해시켜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변화를 실행시키는 주체가 구성원이라는 점이다. 거대한 숲을 이루는 나무의 무리도, 하나하나의 모양과 색상은 각양각색이다. 우리 구성원의 니즈를 세심하게 살피는 접근을 함께 취해야 할 이유다.

조은서 MERCER Korea 선임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