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와 성과 공유"…개미는 모르는 '46년 배당주' 한국석유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배당 개근株’ 한국석유를 가다
김득보 대표 취임 후 첫 인터뷰

“친환경 리사이클 사업 속도
아스팔트 철도 궤도 시장도 선점
자사주 매입·배당금 상향 적극 검토
2029년 매출 2조원 시대 열 것”

서울 본사 가치만 1625억…시총 압도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7년 2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진을 만나 개인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서울 용산구 이촌로 166에 위치한 한국석유 본사 입구. 윤현주 기자
“내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신사업을 다각화해 시장에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고부가 제품 위주 매출 확대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2029년 매출액 2조원·영업이익 1500억원 시대를 열겠습니다”.
김득보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김득보 한국석유(회사명 한국석유공업) 대표(59세)는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그는 1992년 입사 후 말단 사원에서 대표까지 오른 ‘31년 샐러리맨 신화’의 상징이다. 지난해 1월 대표이사로 취임해 고속성장 견인이라는 임무를 맡게 됐다. 취임 후 제2 도약을 꿈꾸는 그를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이촌로 166 본사에서 만났다. 그의 인터뷰는 취임 후 처음이다.
오아름 한국석유 회계팀 직원이 친환경 우레탄방수제를 소개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올해 외형 성장 둔화에도 영업이익 180억 전망

한국석유는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때 울산 대한석유공사(현 SK에너지)가 설립됐는데, 1964년 12월 11일 대한석유공사에서 나오는 아스팔트를 주원료로 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세워졌다. 당시 불모지 산업에 도전하는 셈이었다. 이듬해 브로운아스팔트 울산공장을 지었고 1977년 6월 2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내수 위주 사업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수출에 나서게 되고, 1998년 ‘100만불 수출의 탑’을 시작으로 올해 ‘5000만불 수출의 탑’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지수 경영지원실 이사가 무역협회에서 받은 트로피를 보여주고 있다. 윤현주 기자
김 대표는 “미·중 갈등, 고금리 지속,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대외 변수가 많아졌지만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자신했다. 실제 한국석유는 ‘실적 우등생’이다. 2020년 연결 기준 매출액 4840억원, 영업이익 174억원에서 지난해 매출액 7479억원, 영업이익 180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매출액 1719억원, 영업이익 47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18%, 11% 증가했다. 올해 외형 성장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지만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석유 경영지원실 직원들이 경영현황을 살피고 있다.

김득보 대표 “친환경 리사이클·아스팔트 철도 궤도 사업 박차”

김 대표가 내년 기대를 거는 첫 번째 주자는 친환경 리사이클 사업. 그는 “유럽의 경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관점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재생품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2차전지 생산에 사용되는 용제(물질을 융해하는데 쓰는 액체)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재생용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여름 울산 공장에 250억원을 투입해 1차 고순도 생산설비를 완공했다”며 “2차 설비를 증설해 일반 화학 제품의 순도까지 높이는 폭넓은 리사이클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소현 기획실 주임이 회사 관련 상패들을 설명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친환경 리사이클 공장 규모는 울산 공장 부지 4만1640㎡(1만2956평) 중 4960㎡(1500평)를 차지한다. 이곳은 증류타워가 총 3대 있는데, 높이는 각각 50·40·30m다. 끓는점 차이를 이용한 증류타워는 높이가 높을수록, 내부 단(段)이 촘촘하고 많을수록 고순도 제품을 뽑아낼 수 있다. 연간 1만8500t 리사이클 유기용제 생산이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사업 방식은 용제를 수거·조달한 후 재생·정제(리사이클링) 작업 후 판매하는 것이다. 현재 P사와 리사이클 유기용제 장기 공급계약 체결을 완료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석유 본사 지하 1층에서는 경영 전략 등을 발표하는 회의실이 있다. 윤현주 기자
둘째는 아스팔트 철도 궤도 사업. 김 대표는 “국내는 콘크리트·자갈 철도 궤도가 대부분인데 아스팔트 철도 궤도는 이산화탄소 발생률이 3분의 1에 그치고 건설비용도 10~30% 낮다”며 “신속하게 부분 유지보수가 가능하고 극한의 날씨에도 50~60년 수명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11년간 공을 들였다”며 “내년부터 공격 영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아스팔트 철도 궤도는 이탈리아·독일에 이미 보급됐다.
한국석유 본사 지하 1층 구내식당. 조식과 중식을 직원들에게 무료 제공한다. 윤현주 기자
국내에서는 최초로 2016년 경북선 백원역 일부 구간과 2021년 중부내륙선 금가신호장 일부 구간에 시험 시공을 완료했다. 2018년에는 국가철도공단에서 성능검증 조건부 적합 승인을 받아 정부 주도 인프라 구축 산업의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에 따르면 궤도공사비 추정액은 약 1조8000억원이다. 한국석유는 현재 대기업 3곳과 아스팔트 철도 궤도 시범사업 계약 등을 맺었다.
배다인 회계팀 직원이 산업용 아스팔트를 소개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지난해 사업 비중은 아스팔트가 47.5%, 케미컬 33%, 합성수지 19.3%, 기타 0.2%다. 산업용 아스팔트의 경우 국내 점유율 70% 이상으로 독보적이다. 김지수 경영지원실 이사는 “3분기 아스팔트 부문은 계절적 성수기와 수해 복구에 따른 수요 증가로 영업이익률 3.3%로 높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전년 대비 0.5%P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2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07.90%, 자본유보율은 2625%다.

연초 대비 주가 6% 하락…“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인상 적극 검토”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9690원. 연초 대비(12월29일 1만300원) 5.92%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7.69%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 달성에도 이 기간 주가 하락은 2차전지·반도체·AI(인공지능) 업종 강세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영향이 크다. 시장 소외주다 보니 거래량도 적은 편이다. 최근 3일간 하루 평균 14만8000주 거래됐다. 금액으로 환산 땐 10억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고재윤 재무팀 직원이 회사 로고를 소개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주주환원책을 고심하고 있을까. 김 대표는 “주가 안정화를 위해 자사주 매입과 결산 배당금 인상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석유는 대표적인 주주친화 회사다. 1977년 상장 이후 46년간 배당을 했다. 故 강관석 창업주의 ‘성과가 있으면 주주들과 과실(果實)을 나눠야 한다’는 뜻에 따라 적자일 때도 진행했다. 지난해 배당금은 110원으로 배당 수익률은 1.1%였다.
한국석유 본사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서울 본사 가치 1625억…시가총액은 1230억원

2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144억원, 부동산 자산은 890억원이다. 특히 서울 본사 건물(지하 1~지상 6층) 장부가액은 733억원인데, 시세를 반영하면 1625억원 이상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시가총액(1230억원)을 가볍게 넘는다. 총 주식 수는 1269만4120주로 최대주주는 강승모 부회장 외 특수관계인이 지분 50.01%를 갖고 있다. 자사주는 3.94%, 외국인 지분율은 0.75%로 유통 물량은 45% 정도다.
한국석유 본사는 지하 1~지상 6층 규모다. 윤현주 기자
한국석유의 자본금은 지난해 기준 63억5000만원이고 임직원 수는 224명이다. 서울 본사에 100여명 정도가 근무하고, 나머지 인력은 울산·옥천·양산 공장에 배치되어 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한 지역으로 공장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극동씨엠씨도 합병했고, 자동화 설비도 속속 도입해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중국, 이탈리아 등 7개국 해외 법인 및 지사를 기반으로 25개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 한편 아스팔트, 방수시트 등을 만드는 한국석유의 거래처 수는 3122개사에 달한다. 취급 아이템만 2617개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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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