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년, 아물지 않은 상처를 들여다 보다...제16회 전주국제사진제

우크라이나, 미콜라 팀첸코 작품
전북 전주에선 해마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문화 축제가 열린다. 전주 서학동 일대에서 열리는 전주국제사진제다. 올해 제16회 전구국제사진진제가 '정전 70년'을 주제로 7일~22일 열린다. 주제전 '블랙 투어(Black Tour)_분단기행'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이 남긴 역사적 개인적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들로 꾸며졌다. 현재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종군 사진가들이 찍은 작품들을 모은 특별전도 눈길을 끈다. 주제전과 특별전 외에 해외특별전, 전주 로컬문화사진전 등으로 구성된 올해 행사엔 380여 점의 작품들이 서학아트스페이스, 아트갤러리전주, 전주향교, 서학동사진미술관 등 전주 서학동 일대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올해의 주제전 '블랙투어_분단기행'은 한국전 정전 7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으로 기획됐다. '블랙투어(Black Tour)'는 전쟁이나 재난 등 비극적 사건이 남긴 흔적을 돌아보는 여행을 뜻한다. 이번 주제전은 그 제목처럼, 분단의 결과로 남은 현장, 개인의 기록, 분단이 불러온 왜곡과 뒤틀림의 역사를 형상화한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박종우 '역설의 풍경_DMZ'
박종우의 '역설의 풍경_DMZ'는 분단 후 처음으로 비무장지대를 담은 작품들이다. 박종우는 지난 2010년,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의 의뢰로 1년 동안 임진강 하구에서 동해안에 이르는 비무장지대 248km 구간 곳곳을 촬영했다. 그가 '금단의 땅'에서 담은 철책과 초소, 군인들과 군사시설, 생태계 사진들은 분단의 아픔과 70년 동안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비경을 동시에 경험하게 한다.
노순택 '멀미'
노순택의 '멀미'는 북한을 담은 사진들이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을 지나가는 덜컹대는 버스 안에서 창을 통해 남의 물건을 훔치듯 북한 지역을 촬영한 흔들린 장면들과 북한을 방문했을 때 지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몰래 찍은 사진들을 통해, 작가가 경험한 멀미처럼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분단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장일암의 '희미한 네거티브'는 작가의 부친이 남긴 한국전쟁 동안 촬영된 네거티브 필름을 접사촬영해서 인화한 작품들이다. 부패하고 퇴색한 네거티브 필름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낸 그의 사진들은 전쟁과 분단으로 왜곡된 삶을 살아야 했던 개인의 이야기이자 비극의 증거물이다.'나를 울린 한국전쟁 한 장면'은 소설가 겸 역사저술가인 박도 선생이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발굴해낸 6.25 전쟁 사진들 가운데 20점을 추려 구성했다. 전쟁의 참상과 포화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갔던 보통 사람들의 생활상을 전해준다.

특별전의 하나인 '지금 ing'는 특별히 눈길을 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1년 8개월 넘게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담은 사진전이라서 그렇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촬영한 8명의 종군 사진가들의 작품들은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의 비극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아를 마일리지 상' 특별전은 포트폴리오를 통해 선정된 젊은 사진가 4인의 작업을 대형 스크린을 통한 ‘스크리닝’과 전시로 소개한다. 전시 작가 가운데 한명을 선정, 세계 최고의 사진축제인 프랑스 아를 사진축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왕복 항공료를 제공한다. 전주국제사진제가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려는 첫 시도다.해외특별전 '윌슨 인 스퀘어스'는 도시의 문화와 역사를 주제로 활동해온 벨기에 사진가 제롬 드 펠링히가 역사 도시 윌슨을 기록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전주 로컬문화사진전'엔 다양한 국적의 9인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작가들이 살아가고 지내온 주변의 지역 문화를 각자의 시각으로 기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박승환 전주국제사진제 조직위원장은 "올해 정전 70주년을 맞아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과 전쟁이 남긴 비극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적합한 국내 사진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았습니다. 특히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에 휩싸여 있는 우크라이나 사진가들의 작품을 초대했습니다. 전주국제사진제가 인류 공동의 이슈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마련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고 말했다.
신경훈 디지털자산센터장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