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없는 부산국제영화제…그래도 닻은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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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아시아 최대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준비 과정에서의 우려를 딛고 화려한 작품 구성을 선보이며 문을 열었다.
'부국제 사태'로 준비 과정부터 '난항'
전년보다 상영작 수·예산 규모 줄었지만
주윤발·판빙빙 등 스타 배우들 모여
넷플릭스 '시가렛 걸' 등 OTT 6편 최초 공개
BIFF 집행위원회는 4일 저녁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열고 13일까지 열흘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69개국 209편의 초청작과 60편의 커뮤니티 비프 상영작 등 총 269편을 선보인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준비 과정부터 시끌시끌했다. 집행위원회 내부의 인사 잡음·성추행 논란 등 이른바 '부국제 사태'로 내홍을 겪은 탓이다. 이사장, 집행위원장이 차례로 사퇴한 가운데 배우 송강호가 '올해의 호스트'로 나서 빈자리를 메꿔야 했다.
개막을 앞두고 '제대로 열릴 수 있겠나'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행사는 전년보다 축소된 규모로 열렸다. 상영작은 지난해 71개국 354편에 비해 줄었고, 총예산도 109억4000만원으로 지난해 130억원에 비해 20억원 넘게 감소했다. 막상 뚜껑을 열자 그간의 걱정이 누그러졌다. 주윤발, 판빙빙 등 유명 배우들과 뤽 베송, 고레에다 히로카즈, 베르트랑 보넬로 등 거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개봉을 앞둔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들도 최초로 공개돼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열린 식전 행사에 이어 배우 박은빈이 개막식 사회자로 무대에 올랐다. 화려한 의상으로 단장한 배우들과 감독들이 레드카펫에 들어설 때마다 5000여 자리의 야외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아낌없는 박수를 건넸다.
개막작 장건재 감독 '한국이 싫어서'…폐막작은 중국의 '영화의 황제'
'영화제의 얼굴'로 꼽히는 개막작은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다. 2015년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오른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한국 생활에 환멸을 느껴 뉴질랜드로 떠난 20대 후반 여성 계나(고아성 분)의 이야기다. 한국과 뉴질랜드의 생활을 교차 편집하며 행복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한국이 싫어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소박하면서도 치열한 삶의 기록을 담았다. 현실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람, 이민이나 죽음으로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사람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조명한다.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개막작 선정 이유에 대한 질문에 "제목에 '한국'이 들어가지만,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젊은이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답했다. 폐막작은 중국 닝하오 감독의 '영화의 황제(The Movie Emperor)'다. 유명 감독과 스타 배우의 영화 제작 과정을 그렸다. 자본이 잠식한 영화 산업에 대한 영화인들의 내적 갈등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감독 본인이 극 중 감독 역할로 출연해 홍콩 배우 류더화와 함께 주연을 맡았다.뉴 커런츠 부문엔 손현록 감독의 '그 여름날의 거짓말', 일본 감독 모리 다츠야의 '1923년 9월' 등 10편의 후보작이 올랐다. 뉴 커런츠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대표적인 경쟁 부문으로 아시아 신예 감독들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을 대상으로 한다.
주윤발, 판빙빙…해외 스타 발길 이어져
'홍콩영화의 큰 형님' 주윤발이 14년 만에 한국을 찾아 눈길을 끈다. 그는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영화제 기간 중 그가 출연한 3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오는 11월 개봉을 앞둔 '원 모어 찬스'(2023)를 비롯해 '영웅본색'(1986) '와호장룡'(2000)이 상영된다.5일 오후 5시에 예정된 '주윤발의 영웅본색 오픈 토크'에서 주윤발은 주성철 평론가와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후 동판에 손도장과 서명을 남기는 '핸드 프린팅' 행사에 참석해 부산 방문을 기념할 계획이다. 중국 배우 판빙빙은 신작 '녹야'와 함께 관객을 찾는다. 지난 2020년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을 수상한 한슈아이 감독의 작품으로, 판빙빙과 한국 배우 이주영이 공동 주연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작품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소개된 베르트랑 보넬로의 '더 비스트'가 연달아 상영된다.
전 세계 최초 공개…OTT 신작으로 방문객 맞아
OTT 성장세에 발맞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올해는 기존 아시아콘텐츠어워즈를 전 세계 OTT 콘텐츠로 영역을 넓혀 아시아콘텐츠어워즈&글로벌OTT어워즈로 확대 개최한다. 오는 8일 지난해 12개 부문에서 5개 부문을 추가한 17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국내외 OTT 플랫폼들도 신작들을 앞다퉈 공개한다. 넷플릭스는 전종서·김지훈 주연의 '발레리나', 범죄 액션장르 '독전'(2018)의 후속작인 '독전2' 등 화제의 한국 영화들을 처음 선보인다. 티빙의 'LTNS' '러닝메이트' '운수 오진 날', 웨이브의 '거래', 디즈니플러스의 '비질란테' 등도 처음으로 베일을 벗는다.부산=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