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인기 타고…e스포츠, 新산업으로 뜬다
입력
수정
지면A2
한국 기업 중계 플랫폼, 해외시장 진출 확대“리그오브레전드(LOL)가 한국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스포츠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AG 종목 채택, 주목도 높아져
동남아·印 시장으로 영역 넓혀
학교도 지자체도 잇단 팀 창단
아프리카TV·베트남 국영방송
리그오브레전드 중계시장 공략
넥슨은 축구 게임 챔피언십 열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리그오브레전드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지난달 30일 “e스포츠가 스포츠냐”고 묻는 취재진에 이같이 답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사상 처음으로 e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금메달 7개가 걸린 이 종목에서 한국은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거머쥐었다.
베트남 국영방송과 협업
3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e스포츠 시장을 공략하는 업체가 부쩍 늘었다.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 기업 일색인 이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직접 동남아시아와 인도 시장을 개척해 현지에 e스포츠 ‘붐’을 일으키는 모양새다.100억원대 연봉을 받는 국내 e스포츠 선수도 등장했다. 이상혁 선수는 지난해 11월 SK스퀘어 산하 구단인 T1과 연봉 100여억원 규모 재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프로 스포츠 선수 중 몸값이 가장 높다. 지난해 4월 한 중국 업체가 연봉 2000만달러(약 260억원)를 제안했지만, 이 선수는 2013년부터 몸담고 있는 T1 잔류를 택했다.
이 선수의 무대인 리그오브레전드는 10년 넘게 e스포츠업계에서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임이다. 월간활성이용자(MAU)가 1억 명에 달할 뿐 아니라 세계 대회 결승전의 동시 시청자 수는 500만 명이 넘는다. 1998년 국내 PC방 생태계가 자리 잡고 미국에서 e스포츠 게임 대회가 열린 뒤 25년 만에 낸 성과다.시장분석업체인 자이언마켓리서치는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가 지난해 14억7000만달러(약 2조원)에서 2030년 68억2000만달러(약 9조3000억원)로 다섯 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도 한국 e스포츠 문화를 무기 삼아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아프리카TV는 최근 베트남 국영방송사인 VTV캡과 협업해 e스포츠 중계 플랫폼인 ‘온라이브’ 서비스를 시작했다. 베트남은 게임 인구가 2000만 명에 달하지만 e스포츠 중계 시장은 걸음마를 막 시작한 단계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년엔 태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으로 e스포츠 플랫폼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매출 1위 크래프톤, e스포츠 넘봐
크래프톤도 지난 5월 인도 e스포츠 업체인 노드윈게이밍에 투자했다. 2800만달러(약 381억원) 규모 투자 라운드에 다른 4개 업체와 함께 참여했다. 이 회사는 2021년에도 이 업체에 257억원을 쏟아부었다. 노드윈게이밍은 중동, 싱가포르, 튀르키예 등에서도 e스포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5월 인도에서 e스포츠 전용 유튜브·인스타그램 채널을 개설하기도 했다.인도 시장에서 크래프톤의 인기는 절대적이다. 앱 시장 분석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는 지난 2일 인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이미 이 시장 ‘톱’ 자리에 오른 만큼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매출만으로는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회사가 게임 인기와 연계해 해외 e스포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배경이다.
다른 게임사들도 e스포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넥슨은 축구 게임인 ‘FC온라인’의 두 번째 챔피언십 대회를 오는 6일 개최한다. 스마일게이트도 역할수행게임(RPG) 에픽세븐의 세계 대회를 지난달 열었다.지방자치단체도 구단 유치에 나섰다. 서울 종로구는 리그오브레전드 게임단인 ‘디플러스기아’와 지난달 업무협약을 맺고 연고지를 종로구에 두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광주광역시는 지난 7월 시내 고등학교 두 곳에 e스포츠팀을 꾸렸다. 지자체가 고등학교에 e스포츠팀을 창단한 첫 사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