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하는 좀비들' 1000명 이야기… 왜 이리 공감되지 [책마을]

워킹 데드 해방일지
시몬 스톨조프 지음
노태복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304쪽 / 1만8000원
누군가 “당신은 뭘 하는 사람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할까. 보통 직업이나 하는 일, 다니고 있는 직장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까?”란 질문으로 바꾼다면 어떨까. 우리는 금방 대답할 수 있을까.

미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시몬 스톨조프는 <워킹 데드 해방일지>에서 이렇듯 나 자신이 일과 직업으로 대표된다고 말한다. 회사에서 맡은 업무를 빼놓고는 스스로를 설명하기 어려워진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꿈의 직업을 찾기 위해 여러 직업을 경험했다. 그러다 문득 ‘왜 일이 내 정체성의 중심에 놓여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고, 이를 해결하고 탐구하기 위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저자는 3년간 100여 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책에 담았다. 일에 매몰된 삶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직업의 진정한 가치를 찾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기계적인 출근과 습관적인 야근을 반복하며 지치다 못해 ‘워킹 데드(working dead)’가 돼가고 있던 이들이 삶 안에서 일을 설계하는 방법을 깨닫고 살아가는 사례를 실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신(God) 대신 일(work)에 의지하는 현상인 ‘워키즘(workism)’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를 ‘회복 중인 워키스트’라고 칭한 저자는 “적게 일하기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휴식은 뇌가 잘 작동하도록 도와주고 건강과 기분, 인체의 회복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워라밸과 번아웃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여러 정체성을 일이라는 하나의 바구니에 몰아 담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하며 “덜 일해야 더 나은 인간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론적으로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현실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저자 스스로도 책의 마지막 장에서 “일과 우리의 우려스러운 관계에 대해 신속한 해결책을 내놓기가 어렵다”고 고백한다.

이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