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대만의 親中 기업이 화웨이 반도체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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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의 비밀 반도체 공장 지원 의혹 제기중국 화웨이의 신형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데 복수의 대만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선전시의 화웨이 지원을 받는 공장을 건설하는 현장의 근로자들 중 대만 반도체 소재 업체 탑코 사이언티픽(Topco Scientific), 클린룸 시스템 기업 UIS(유나이티드 인터그레이티드 서비스) 등의 상호와 로고가 부착된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들이 다수 목격됐다. 블룸버그 취재진은 인근의 또 다른 화웨이 관계사 건설 현장에서 대만의 엔지니어링 업체 유나이티드인티크레이티드서비스(UIS)의 자회사 직원을 확인했다. 지난 8월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화웨이가 비밀 반도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지목한 시설들과 관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공장들이다. 대만의 화학 솔루션업체 시카-훈텍 케미컬 테크놀로지는 중국 업체 2곳에 대한 화학물질 공급 시스템 건설 계약을 따냈다고 자사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이들 공급대상 기업은 작년 미국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선전 펀선 테크놀로지(PST), 펑신웨이 IC 등의 화웨이 협력사들이다. 지난 8월엔 프랑스 화학업체 에어 리퀴드의 탱크 트럭도 펑신웨이 IC 캠퍼스를 떠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의 가장 중요한 산업인 반도체 업계가 화웨이를 돕는 대만 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리정시안 대만청쿵대학 전기공학과 교수는 "대만 기업들의 도움으로 지어진 공장에서 생산된 칩이 결국 중국 미사일에 사용될 수 있다"며 "대만 기업들의 화웨이 지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지 않는다면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 방위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만 기업들의 미국의 제재를 직접 위반했는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모든 사업 관계를 단절시키는 것 보다는 미국 기술이 화웨이로 반입되는 것을 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탑코 사이언티픽 관계자는 "중국 내 자회사가 펑신웨이 IC와 폐수처리 공정 계약을 맺었을 뿐이며 이는 미국 제재와 관련이 없고 해당 계약은 블랙리스트 등재 전에 따낸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