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길어지자…자영업자 못 갚는 대출 7.3조원 '역대 최대'

2분기에만 연체 1조원↑…대출잔액은 9.5조 또 늘어 1천43조 '기록'
금융권 연체율 1.15%, 8년9개월 만에 최고…저축은행 6.42%
71%가 평균 4.2억 빌린 다중채무…한은 "자영업자 대출 질 나빠져"

최근 수년간 코로나19와 경기 부진 충격을 금융기관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 가운데 더 이상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올해 2분기(4∼6월)에만 자영업자 대출 잔액과 연체액이 각 9조원, 1조원 이상 더 늘어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르렀고, 연체율도 2금융권을 중심으로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더구나 당분간 국내외 고금리 통화 긴축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데다 경기 회복도 불확실한 만큼, 한계를 맞는 자영업자 수와 이들의 부실 대출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 2분기에만 자영업 대출 9.5조·연체액 1조 또 늘어4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기말 기준)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천43조2천억원으로 다시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자영업자 대출 현황은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더해 분석한 결과다.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1천14조2천억원) 이후 네 분기 연속 1천조원을 넘어섰고, 1분기(1천33조7천억원)와 비교해 불과 3개월 사이 9조5천억원이나 더 불었다.같은 기간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1조원 또 늘어 역대 가장 많은 7조3천억원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연체율 상승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2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15%로, 1분기(1.00%)보다 0.15%포인트(p) 높아졌다.1.15%는 2014년 3분기(1.31%) 이후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자영업자 연체율이다.
◇ 저소득 자영업자 연체율 9년3개월내 최고…중소득자 대출 14조 급증

자영업 대출자 연체율을 소득별로 나눠보면, 저소득층(소득 하위 30%)은 1분기 1.6%에서 2분기 1.8%로 0.2%p 올랐다.

2014년 1분기(1.9%) 이후 9년 3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중소득(소득 30∼70%) 자영업자의 연체율(2.2%)도 3개월 새 0.4%p 더 높아졌다.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4분기(2.4%)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다.

고소득(소득 상위 30%) 자영업자의 연체율(1.2%)도 2015년 3분기(1.2%) 이래 7년 9개월 내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저·중소득 자영업자의 대출은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나는 추세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분기 123조원에서 2분기 125조2천억원으로 2조2천억원 불었다.

같은 기간 중소득 자영업자(187조2천억원→200조9천억원) 대출도 13조7천억원 급증했다.

저소득·중소득 자영업자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대출 잔액은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 2금융권 자영업자 연체율, 2분기 0.4%p↑…7년 6개월 내 최고

특히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조짐은 비(非)은행 2금융권에서 뚜렷했다.

2분기 기준 은행권과 비은행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각 0.41%, 2.91%로 집계됐다.

석 달 사이 은행에서 0.04%p 오르는 동안 비은행권에서는 0.37%p나 급등했다.

은행권 연체율은 2016년 3분기(0.43%) 이후 6년 9개월 만에, 비은행권 연체율은 2015년 4분기(3.05%)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은행권을 다시 세부업권으로 나눠보면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2.52%), 저축은행(6.42%),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1.97%)의 2분기 연체율이 3개월 사이 0.30%p, 1.25%p, 0.17%p씩 높아졌다.

한은 시계열 확인 결과, 저축은행 연체율은 2016년 3분기(6.91%)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 한은 "자영업 대출 질↓…취약차주·비은행권·대면서비스 비중↑"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이미 여러 곳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가계대출 받은 기관 수와 개입사업자 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대출자)'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점도 자영업 대출 부실을 걱정하는 이유다.

2분기 현재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743조9천억원으로, 1분기보다 약 9%(6조4천억원) 더 늘었다.

전체 자영업 대출의 71.3%에 해당하는 규모로, 역대 최대 비중이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2천만원으로 집계됐고, 대출금리가 0.25%p 오르면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이자와 1인당 평균 연이자는 각 1조3천억원, 73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변동금리 비중으로 최신 추정치인 64.5%를 적용한 결과다.

전체 자영업자의 경우 금리가 앞으로 0.25%p 높아질 때마다 총이자는 1조8천억원, 대출자 1인당 이자는 연 58만원 늘어날 것으로 짐작된다.

반대로 0.25%p 낮아지면 같은 액수만큼 자영업자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한은도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취약 차주와 비은행권 등의 대출 비중이 커지는 등 자영업자 대출의 전반적 질이 저하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취약 차주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촉진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정상 차주(대출자)의 자발적 대출 상환과 부채 구조 전환(단기 일시상환→장기 분할상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한은 분석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취약 차주·비은행권·대면서비스업 비중은 2021년 말 각 9.0%, 35.5%, 44.3%에서 올해 1분기 말 10.1%, 39.4%, 46.1%로 일제히 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