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김국영·이정태·고승환·이재성…신뢰로 만든 400m계주 동메달

맏형 김국영의 조언…"나부터 죽기 살기로 뛰고, 동료들의 레이스를 믿으라"
"예선 뛴 박원진, 함께 훈련한 이시몬, 신민규도 고마워"
37년 만의 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아시안게임 동메달 획득을 확정하는 레이스를 펼친 앵커(마지막 주자) 고승환(26·광주광역시청)은 경기 뒤 '막내' 박원진(20·속초시청)과 '맏형' 김국영(32·광주광역시청)의 이름을 먼저 꺼냈다.고승환은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선이 끝난 뒤 "4번 주자로 뛸 영광스러운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예선에서 뛰어준 우리 막내 원진이에게 정말 고맙다.

우리 국영이 형 은퇴하기 전에 아시안게임 메달 꼭 걸어드리고 싶었는데 목표를 달성해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날 결선에서 이정태(27·안양시청), 김국영, 이재성(22·한국체대), 고승환 순으로 달린 한국 400m 계주 대표팀은 38초74의 한국 타이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3위에 올랐다.한국 육상이 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에서 메달을 딴 건, 성낙균, 장재근, 김종일, 심덕섭이 이어 달려 3위를 한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37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멀찌감치 앞서간 일본과 중국, 무섭게 성장하는 태국, 인도네시아 사이에서 움츠러들었던 한국 육상 남자 단거리가 모처럼 어깨를 폈다.
선수들은 '신뢰'를 메달 획득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이들은 고된 훈련을 함께 한 단거리 동료 이시몬(22·한국체대), 신민규(23·국군체육부대)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이정태는 "국영이 형, 재성이, 승환이, 원진이, 시몬이, 민규 모두 으샤으샤 해서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재성은 "정말 집중해서, 열심히 준비했는데 좋은 기록과 값진 동메달이 나와서 정말 좋다.내가 자신 있게 뛸 수 있도록 도와준 형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아직 국제 대회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은 김국영을 통해 간접 경험을 했다.

김국영은 2010년부터 4회 연속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세계선수권 5회, 올림픽 1회 등 굵직한 국제 대회에 모두 출전했다.

그는 "16년째 국가대표로 뛰고 있다.

사실 나는 잘 뛰는 선수가 아닌 운이 좋은 선수, 그리고 노력하는 선수"라며 "국제대회에 자주 출전했지만, 실패도 그만큼 많이 했다.

내가 한 실패를 우리 후배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실패담을 자주 얘기했다"고 전했다.
후배들의 눈에 김국영은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스프린터'다.

김국영은 남자 100m 한국기록(10초07)을 보유했고, 2017년 런던 세계선수권 남자 100m에서는 한국 육상 단거리 사상 최초로 준결선에 진출하기도 했다.

김국영은 실패담과 함께 자신을 향한 믿음과 동료를 향한 신뢰도 강조했다.

김국영은 "자신을 의심하지 말고, 동료를 의심하지도 말라. 일단 나부터 죽기 살기로 달려 배턴을 다음 주자에게 넘기고, 동료들의 레이스를 응원하면 분명히 전광판에 한국 신기록이 찍히고, 우리는 메달을 얻게 될 것"이라고 후배들에게 말했다.

믿음으로 뭉친 한국 육상 400m 계주팀은 실제 아시안게임에서 타이기록을 세우고, 동메달을 따냈다.

"처음 전광판을 봤을 땐 (한국 신기록인) 48초73이었다.

항의해야 할 것 같다"고 장난스럽게 말하던 김국영은 곧 진지한 표정으로 "오늘은 타이기록에서 멈췄지만, 능력 있는 우리 후배들이 곧 신기록을 세울 것이다.앞으로는 꾸준히 아시안게임 계주에서 메달이 나오고, 단거리 개인 종목에서도 메달리스트가 나올 것"이라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