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사랑하는 소설가와 번역가가 만났다 [책마을]

[arte] 책 리뷰


서이제·이지수 지음
마음산책
252쪽|1만5000원
GettyImagesBank.
영화를 전공한 소설가 서이제와 영화를 사랑하는 번역가 이지수가 함께 책을 써냈다. 스크린의 영화가 끝나면 영화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므로.

최근 출간된 두 사람의 산문집 <사랑하는 장면이 내게로 왔다>는 두 사람이 1년여에 걸쳐 영화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두 사람은 이지수 번역가가 옮긴 <키키 키린의 말> 북토크에서 처음 연을 맺었다. 이 책은 일본 유명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배우 키키 키린과 주고 받은 말을 기록한 결과물이다. 그날의 대화가 인상적이었던 두 사람은 "우리의 대화가 좀 더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출판사에 제안했고, 대화 대신 글을 나누며 산문집을 완성했다.
이들은 진즉부터 영화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왔다. 서이제 소설가는 2018년 <셀룰로이드 필름을 위한 선>으로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 소설에는 코닥이 필름 생산을 중단하고 영화 촬영이 필름에서 디지털 작업으로 이행되는 시절의 감각이 담겨 있다. 이지수 번역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니시카와 미와 등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들의 작품을 다수 번역했다.

책에는 영화에 관한 기억, 영화관에 관한 기억, 영화와 얽힌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빼곡하다. 두 사람은 '첫 영화' '가장 좋아하는 배우' 등의 주제로 글을 한편씩 실으며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낸다.줄곧 공통 주제를 가지고 각기 다른 영화를 언급하며 글을 풀어내던 두 사람이 동일한 영화를 두고 각각 글을 실은 건 딱 한 번. 영화 '헤어질 결심'에 대해서다. "영화의 세계에서는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고 그저 사랑을 응시하도록 한다"는 서이제 소설가의 문장, 영화의 오독을 통해 자신이 오독했던 과거의 인연에 대해 말하는 이지수 번역가의 글을 읽다 보면 영화관에 갈 결심이 든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